당뇨·고혈압 있는 90세도 가입…보험사 '간편심사보험' 경쟁 불붙었다

100세 시대 노인·유병력자 공략
가입 서류·심사과정 등 간소화
대형 손해보험회사들이 80~90세 노인도 가입 가능한 간편심사보험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기존 간편심사보험은 보통 65세까지 가입할 수 있던 것에 비해 상품 타깃이 대폭 넓어졌다. 보험사들은 포화상태인 보험시장에서 노인층과 유병력자를 니치마켓(틈새시장)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보험금 지급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상품 판매를 꺼려왔지만 최근 가입자가 늘면서 위험률 관리가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손보사들이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세월이 흘러 현재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본격적으로 지급해야 할 시기가 오면 보험사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쏟아지는 고령층 간편심사보험

간편심사보험이란 과거 병을 앓았거나 만성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가입 심사 과정과 서류 등을 간소화한 보험상품이다. 유병자보험으로 불리기도 한다. 5년 내 암 진단·치료, 2년 내 입원·수술 등 몇 가지 조건에만 해당하지 않으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 3일 90세도 가입 가능한 간편심사보험 ‘뉴간편플러스종합보험’을 출시했다. 15~90세가 가입할 수 있으며 최대 100세까지 보장한다. 특약에 가입하면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 진단을 받을 때마다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통풍·대상포진 등의 만성생활질환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한다.메리츠화재도 곧바로 맞대응했다. 메리츠화재는 같은 날 ‘더간편한건강보험’에 가입 가능한 최고령 나이를 80세에서 90세로 바꿨다. 10~30년 만기로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을 기본 계약으로 보장한다. 특약으로는 뇌졸중과 식도·췌장암 등에 대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상품 또한 최대 100세까지 보장한다.

KB손해보험이 5일 내놓은 ‘간병인지원보험’ 역시 가입 가능 연령을 15~80세로 높게 잡았고, 간편심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도 간편심사만 통과하면 똑같은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시 보험사가 간병인을 직접 파견해주고 간병인을 원치 않으면 현금 일당을 준다.

DB손해보험은 간편심사 전용 상품인 ‘참좋은간편건강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80세까지 가입해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유병력자가 가입하기 어려웠던 뇌졸중 진단비, 입원 일당, 항암방사선약물 치료비 등을 준다.가입 쉽지만 보험료는 비싸

간편심사는 통상 △3개월 이내 의사로부터 수술·입원 또는 추가검사 필요 소견을 받은 적이 있는지 △2년 이내 질병·상해사고로 입원 또는 수술한 적이 있는지 △5년 이내 암으로 진단·입원 또는 수술한 적이 있는지 등 세 가지만 묻는다. 3개 모두 ‘아니요’면 대부분 통과되고, 1개 이상 ‘예’라면 정식 심사과정을 밟게 된다. 보험사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2~3년 전까지 65세까지였던 간편심사 가입 가능 연령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간편심사로 가입하면 보험료가 비싸지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적게는 10%, 많게는 배(倍) 가까이 할증이 붙는다. 다만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나이 제한에 걸려 포기했던 고령자라면 적극 활용해볼 만하다. 배준성 KB손해보험 장기상품부장은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라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상품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임현우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