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한마당·공무원119문화제…위장 정치집회 판치는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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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한 광장 사용허가제집회·시위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올 들어서도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공연이 포함돼 있으면 ‘문화제’나 ‘캠페인’이란 이름을 붙여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허점 때문이다. 작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사실상 정치적 목적을 띤 문화제와 캠페인만 18건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회에 '공연' 포함돼 있으면
'문화제·캠페인' 이름으로 허가
행사명부터 정치적 시위인 문화제도 있었다. 지난 2월 16일 열린 ‘김경수지키기 사법농단 규탄 홍보 문화제’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관련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무죄를 요구하며 연 집회였다. 김 지사 지지자들은 같은 달 23일에도 같은 문화제를 열었다. 세월호 유족 단체인 4·16연대가 지난달 25일 연 ‘범국민촛불문화제’도 세월호 수사를 방해한 자유한국당의 해산을 요구하는 집회였다.
광화문광장은 원칙적으로 집회·시위가 금지돼 있다. 서울시의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여가 및 문화활동으로만 광장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목적에 어긋나면 서울시는 사용 허가를 반려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17개월 동안 신청된 402건의 광장 사용 신청 중 조성 목적에 어긋나 반려된 경우는 12건에 불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장 사용 신청서에 간단한 행사명과 주제, 공연 및 행사 개요 등만 내면 되다 보니 반려할 근거 자체가 부족하다”고 했다. 신고 내용과 실제 행사가 달라도 불이익을 주거나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없다.일부 보수 시민단체는 서울시의 광장 사용 반려가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광장 사용 목적에 어긋난다며 반려한 12건 중 보수단체의 반려 건수만 5건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태극기 부대’ 관련 단체가 토크콘서트를 허가받았지만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촉구 집회가 된 적도 있었다”며 “서울시가 이런 사태를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