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드론에 암호장비 달아라"…'벌떼 공격' 꿈도 못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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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드론이 핵심 경쟁력인데지난달 16일 경기 이천의 육군정보학교. 연병장에서 육군의 드론 시연 행사가 열렸다. 상공에는 모형 폭탄을 실은 드론들이 날아다녔다. 가상현실(VR) 고글을 착용한 교관이 손에 쥔 컨트롤러를 조작하자 드론은 빠른 속도로 목표지점에 접근해 정확히 폭탄을 떨어뜨렸다. 관중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보안 규제에 막혀 개발 시작도 못해
하지만 이 장면을 지켜보던 군 관계자들 표정은 어두웠다. 시연처럼 드론이 실제 폭탄을 장착하고 전장에 투입되려면 보안 문제가 해결돼야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지금 군에서 이용하고 있는 드론은 대민지원용 수준”이라며 “시연처럼 전투용으로 활용하려면 보안 측면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라고 털어놨다.드론은 보안 문제가 신기술 전력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드론을 전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각각의 드론 본체에 암호 모듈을 부착해야 한다. 이 방식대로라면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수십, 수백 대의 드론이 하나의 통제를 받으며 일제히 목표 타깃을 공격하는 ‘벌떼 드론’은 실현 불가능하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마다 맞춤형 암호 모듈을 달아야 해서다.
미국은 2016년 벌떼 드론 공격을 시연했다. 중국도 2017년 1000대의 중국형 벌떼 드론을 구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드론의 꽃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벌떼 드론 전략”이라며 “소프트웨어 차원에서의 보안 모듈이 아니면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군의 무기체계는 보안 검증을 거쳐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안보지원사와 국가정보원 검수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비도(秘度)가 높은 경우에는 하드웨어 암호화가 필요하다는 게 원칙이다. 소프트웨어 암호화만으로는 보안 수준을 높게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드론도 소형화되는 추세인데 보안 모듈을 달아야 한다면 비효율은 둘째 치고, 높은 차원의 기술을 접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민간 통신사업자들이 구축해 놓은 상용 네트워크 사용 여부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군 보안과 관련된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사물인터넷(IoT) 방식으로 군의 기기와 장비를 모두 연결할 수 있는 군 전용망 구축은 비용과 효율 면에서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육군 고위 관계자는 “해군과 공군 같은 경우엔 함정과 비행기 위주로 연결하면 되지만 육군은 병사 하나하나가 플랫폼”이라며 “수십만 단위를 동시에 연결해야 하는 ‘초연결’을 하드웨어적으로 접근했을 때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