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르포] 라인 돌긴 도는데…전광판엔 321대 목표에 9대 생산

파업참여·불참 혼란 속 강성조합원 많은 조립공정 출근율 38% 머물러
엔진·차체는 사실상 100% 출근 "집행부 정치적 색채 공감 안 해"
"엔진 등은 삼성차 시절부터 근무한 이들 많아 회사 어려움 잘 알아"
손형주·김상현 기자 = 7일 오후 1시 30분께 노조가 전면파업을 선언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조립공정 생산라인.
차량 생산 대수를 나타내는 전광판에는 '주간근무 321대 목표에 9대 생산'이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노조가 전면파업을 선언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파업 선언 이후 첫 근무일인 7일 오전 7시 주간 조 조합원의 66.5%인 725명이 출근해 작업 준비에 들어갔다.

33.5%의 조합원은 노조 지침대로 출근하지 않은 상태로 공정마다 작업 인원을 새로 배치하고 업무분장과 인수인계를 하느라 이날 오전 내내 생산라인은 정상가동하지 못했다.

작업배치를 마친 이날 정오께 생산라인은 가동을 시작했으나 전체 라인 공정률에 차질을 빚으면서 생산속도를 나타내는 '라인 스피드'는 크게 떨어졌다.
실제로 조립공정의 컨베이어 라인에는 조립을 기다리는 차량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고, 근무자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조립공정의 경우 강성 조합원이 많아 이날 출근율이 38%에 머물렀다.

조립공정에서는 보통 시간당 60대를 생산하고 있으나 이날은 오후 1시까지 20대 정도 생산하는 데 그쳤다.조립공정에서 작업이 밀리다 보니 뒤쪽 공정을 담당한 직원들은 휴게실에서 대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생산라인과 떨어진 엔진공장은 그나마 정상적으로 가동했다.

엔진공장은 이날 출근율이 94%로, 휴가나 개인 사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원 출근해 100% 가동률을 기록했다.엔진공장 파업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현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높고, 조합원 대부분이 40대 이상으로 이전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근무해 회사 측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엔진공장 한 조합원은 "엔진은 다른 라인 공정과 연관성이 적고 수출용 물량을 따로 생산해 엔진공장을 멈추면 수출 물량을 빼앗긴다는 위기의식이 많다"며 "강성 노조 집행부가 처음부터 정치적 색채를 갖고 노조를 만들었고 강경 일변도의 투쟁만 고집해 파업 정당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파워트레인 공정을 담당하는 다른 조합원은 "노조가 직원이나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전투적 투쟁 일변도로 나가면서 조합원들의 지지를 잃고 있다"며 "이는 금속노조 출신이 많은 집행부의 정치적 성향 때문으로, 대부분 조합원은 이에 호응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라인 공정으로 분류되는 차체공장의 경우도 이날 96∼98% 조합원이 정상출근해 파업참여율은 극히 저조했다.

하지만 조립공장에서 작업이 늦어지면서 차량이 대기해 작업은 '하다 쉬다'를 반복했다.
오후 4시가 되자 주간 조 근무 인원은 퇴근하고 야간 조 근무 인원이 투입됐다.

야간 조는 이날 주간 조보다 작은 55%가량의 조합원이 정상출근했다.

주간 근무자들이 정리해놓은 공정 배치에 따라 야간 조도 근무를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전체 생산성은 파업 전 만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출근한 조합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차량 생산에 나서고 있지만, 생산량은 평소의 30%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노사 이슈와 관계없이 주문을 기다리는 고객을 생각해서라도 최대한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하지만 노조의 전면파업 방침에도 조합원 이탈이 많은 것은 그만큼 노조 집행부의 강경대처가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얘기"라며 "주말 휴일을 지난 10일이면 출근 조합원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