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의 악천후 잔혹사? 하늘은 준비된 강자 택했다

최근 라운드 취소됐던 10경기 살펴보니…
배선우, 김세영, 전인지, 장하나 등 ‘우승 후보’들이 우승
7일 열릴 예정이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에쓰오일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1라운드가 악천후로 취소됐다. 제주도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초속 25.3m 강한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대회장인 제주도 엘리시안제주CC(파72·6622야드)는 가시거리가 50m에 불과한 뿌연 안개가 자욱했다. 대회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36홀로 축소 운영하기로 했으며, 최종 2라운드가 예정된 9일에는 커트 탈락 없이 참가자 123명 전원이 경기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축소 운영하는 대회는 다양한 변수를 몰고 온다. 1개 라운드가 없어지면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부터 경기 운영을 백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반보다 초·중반에 강한 선수가 득세할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오히려 변수에 강한 ‘멀티 챔프’들이 악천후를 뚫어낸 경우가 많았다. ‘지현 천하’의 주인공 김지현(28)의 네 번째 우승도 지난해 2라운드가 취소된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 나왔고, 1라운드가 취소됐던 2017년 KB금융스타챔피언십의 우승자도 ‘달걀 골퍼’ 김해림(30)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핫식스’ 이정은(23)과 축소된 경기에서 1승을 올렸다. 2014년 MBN여자오픈 우승자 김세영(26)과 2012년 KB금융스타챔피언십 우승자 장하나(27)도 당대 최고 선수라고 할 수 있는 ‘1순위’ 우승 후보였다.KLPGA투어 ‘메이저 퀸’ 배선우(25)는 유독 악천후에 강세를 보인 선수다. 배선우는 지난해 거둔 2승을 모두 악천후로 축소 운영된 대회에서 챙겼다. 10월 하이트진로챔피언십 3라운드가 나쁜 날씨로 취소됐으나 최종합계 4언더파로 정상에 올랐다. 같은 해 8월 열린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취소된 2라운드와 관계 없이 마지막 날 8타를 줄이며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플라잉 덤보’ 전인지(25)도 2015년 축소 운영된 2개 대회에서 2승을 거뒀다.

악천후로 축소 운영된 최근 10개 대회에서 ‘깜짝 우승자’는 사실상 딱 한 번 있었다. 2017년 SK핀크스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이 그랬다. 최종라운드가 취소되면서 직전 라운드 공동 선두인 김혜선(22)과 이정은이 연장전에 돌입했다. 김혜선은 서든데스 끝에 이정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김혜선이 지금까지 유일하게 챙긴 우승컵이다.

제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