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위험' 동해안 산불피해지에 장대비…"무너질까 불안"

고성 인흥3리 벌채만 90% 완료…주민들 "언제 복구하고 집 짓나" 한숨
"비만 오면 토석이 닳아서 흐물흐물해. 비 와서 물 들어가면 터지는 거야."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 7일 강원 고성군 토성면 인흥3리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벌거벗은 산을 가리키며 "빨리 산사태 예방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지난 4월 동해안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에 잿더미가 된 인흥3리는 산사태 응급복구 대상 1순위 지역이다.

고성군은 이달 말까지 응급복구를 끝낼 계획을 세웠으나 초여름 쏟아진 집중호우에 주민들은 "빨리빨리 (복구)해서 집도 지어야 하는데…"라며 혀를 찼다.

한 달 전 새카맣게 그을린 나무로 가득했던 마을 뒷산은 밑동만 남은 나무들로 가득했다.한편에는 벌채된 나무들이 수북이 쌓였고, 잘려나간 나무 주변에는 새 생명이 돋아나고 있었다.

복구 초기 단계인 산불 피해나무 벌채가 아직 다 끝나지 않은 탓에 산 곳곳에 널브러진 검은 잔가지와 고인 물이 눈에 띄었다.

화마(火魔)에 폭삭 주저앉았던 주택들은 흔적도 없이 철거됐다.
고성군에 따르면 현재 벌채는 90% 정도 끝났다.

벌채가 끝나야 손상된 사방시설을 보수하고, 물길도 새로 낼 수 있다.

군은 다음 주 초까지 벌채를 마무리하고, 예정대로 이달 말까지 응급복구를 끝낼 계획이지만 장마를 방불케 하는 많은 비가 내리면서 주민들은 산사태를 걱정하고 있다.산 바로 앞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불룩해진 축대를 가리키며 "불이 나기 전에는 단단하게 자리 잡혀 있었는데 두어 차례 내린 비에 흙이 밀리면서 축대가 튀어 나와버렸다"며 "무너져내리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이 주민은 "비 소식만 들으면 산사태를 걱정하게 된다"며 "이대로 장마철을 맞았다간 집중호우에 무너진다고 본다"고 했다.
고성을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는 이틀 새 100㎜ 안팎 장대비가 쏟아졌다.

전날 저녁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설악산 170㎜, 강릉 성산 124㎜, 삼척 원덕 124㎜, 대관령 104.5㎜, 삼척 94㎜, 동해 80.9㎜, 강릉 78㎜, 태백 64.1㎜, 고성 현내 64㎜, 속초 52.2㎜를 기록했다.

이들 지역에는 밤까지 5∼10㎜ 비가 더 내리고, 소강상태를 보이다 9일 5∼20㎜가 또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한국지반공학회에 따르면 산불이 난 지역에서는 수목이 손실되고 토양 특성이 바뀌게 돼 산사태 발생을 억제하는 지반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산불이 난 지역에서는 산사태 주의보 수준보다 적은 양의 비가 내릴 때도 산사태가 발생하는 경우가 2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성군 관계자는 "이번 비로 인한 산사태 위험은 없다"며 "벌채를 끝내고 물길을 잡는 등 어떻게든 이번 달 안으로 응급복구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