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무장관 회의 개막…디지털 과세, 고령화 등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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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28~29일 예정된 주요 20개국·지역(G20) 오사카(大阪) 정상회의를 앞두고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무역·디지털 경제장관이 모인 회의가 8일 이틀 일정으로 일본 후쿠오카와 쓰쿠바시(市)에서 각각 시작됐다.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다양한 글로벌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논점을 정리한 공동성명을 9일 채택한다.

의장국인 일본은 여러 이슈 중 디지털 과세, 고령화,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 등에 논의를 집중시킬 방침이다.

디지털 과세는 구글,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애플 등 이른바 '가파'(GAFA)로 불리는 미국계 거대 IT 기업을 겨냥한 공정 과세를 실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경을 초월해 영업을 펼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이들 기업은 세율이 낮은 국가에 본사를 두거나 장부상 이익을 집중시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물리적 시설 없이 온라인 매출을 올리는 국가에서도 과세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문제와 법인세 최저세율을 정해 저세율국에 이익을 몰아 과세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아울러 서비스와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로 일정 세수를 이전토록 하는 등 과세권을 나누는 문제가 다뤄진다.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번에 그간 실무논의를 이끌어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리한 내용을 토대로 기본방향에 의견을 모으고 내년 1월 큰 틀의 합의를 끌어낸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본회의 개막 전 열린 국제 세제 심포지엄에 참가한 6개국 각료들은 '디지털 과세' 문제에 관한 결론을 내년에 내리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과세 대상을 GAFA에 한정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혀온 미국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공정한 대우'를 강조하는 등 미묘한 입장차가 나타났다.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또 국제 사회가 당면한 고령화 문제와 관련해 재정, 사회보장, 금융 등에 미치는 영향과 필요한 대응을 검토한다.미·중 간 마찰을 배경으로 새삼 불거진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는 과잉 소비하는 미국과, 과잉 생산과 수출에 주력하는 중국의 입장차가 큰 데다가 각국의 경제구조를 개선하는 것과 맞물려 있어 해법을 찾기보다는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밖에 저소득국 채무문제와 질 높은 인프라 투자 문제 등이 함께 다뤄진다.

의장국 일본은 도로, 항만, 철도 등 신흥국 인프라 건설 투자에 대한 새로운 국제 원칙을 채택하길 희망하고 있다.

일본이 주도적으로 마련한 새 원칙은 신흥국에 융자할 때 갚을 수 없는 수준의 과도한 돈을 빌려줘 빚의 늪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채무 지속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거대권 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추진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지만 중국도 국제적인 비판 여론을 의식해 동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역·디지털 경제장관 회의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자유로운 데이터 유통에 관한 국제규칙 제정 문제 등을 논의한다. 각 이슈를 둘러싼 각국 간 이해관계가 달라서 공동성명 문구 조정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무역 부문에서 쟁점 중 하나는 자유무역이라는 표현이다. 의장국인 일본 등은 '규칙에 기초한 다자적 무역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양국 간의 무역협상을 중시해 입장이 현격히 다른 상황이다.

작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도 정상선언에서 처음으로 보호주의에 맞선다는 문구가 미국의 반대로 삭제됐다. 이번에도 이 표현을 넣기는 어려울 것으로 일본 언론은 예상했다.이번 각료에서 논의된 내용은 오는 28~29일 개최되는 G20 오사카 정상회의에 보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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