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용 선호하던 오피스텔, 이젠 '주거용 시대'

신세계 건설이 경기 하남시 덕풍동에 짓는 ‘빌리브 하남’의 드라이브인하우스 개념도.
개성 있는 오피스텔이 주목받고 있다. 오피스텔이 수익형으로만 인식됐던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작고 저렴한 가격의 주거상품을 선호했다. 오피스텔 투자자는 여러 채를 두고 임대사업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오피스텔도 주택으로 취급돼서 투자용보다는 ‘주거용’으로 관심받고 있다.

특히 아파트를 대신하는 추세가 빨라지면서 내 집으로도 좋고 임차인을 들이기도 수월한 개성 있는 상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이 경기 하남시 덕풍동에 짓는 ‘빌리브 하남’은 특이한 설계의 상품들부터 계약되기 시작해 최근 계약이 마무리되고 있다. 빌리브 하남은 전용면적 32~84㎡로 구성된 344실의 오피스텔이다. 이 단지는 1.5룸 위주로 구성됐다. 높은 층고와 다락, 테라스 등이 도입돼 주택 타입만 31개에 달했다. 이 중 집 안에 전용 주차장이 있는 드라이브인하우스를 선보여 생소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판매가 완료됐다.

주지아 신세계건설 분양소장은 “공동주택임에도 단독주택 같은 생활을 선호하는 분들이 계약을 했다”며 “전용 주차장에 집으로 바로 연결되다보니 사생활도 보호되고, 주차장을 개인작업장으로 쓴다는 계약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의 빌트인 가구가 신세계 리빙 브랜드인 ‘까사미아’인 점과 가스가 없는 안전한 주방, 높은 층고 등도 계약자들이 선호하는 조건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전용주차장 달린 오피스텔 ‘완판’기존 주거용 오피스텔은 원룸에서 방이 몇 개 더 늘어나는 식이었지만, 이제는 실수요자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오피스텔이 결혼 전에 잠시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온전한 내집이 될 수 있다는 인식도 작용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아파트에 비해 낮은 가격에 풀퍼니시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남시 덕풍동·풍산동 일대는 이미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 따라잡기 벅차거나 오래된 집이라 매입을 망설이는 경우에도 주거용 오피스텔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건설도 아파트를 대체하려는 수요를 감안해 단지의 커뮤니티 시설에 신경 썼다. 빌리브 하남에는 유러피안 중정과 게스트 하우스, 클럽 라운지로 활용 가능한 ‘파티오 하우스’, 스카이 가든, 루프탑 가든 등이 조성된다. 공유오피스, 공유키친을 비롯해 방음시설이 갖춰진 미디어룸과 게임룸도 설치될 예정이다.
다락과 오픈형 공간으로 꾸며진 ‘빌리브 하남’ 전용 66㎡ 거실.
하남시 덕풍동 A공인중개사는 “하남시 덕풍동과 풍산동 일대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위례나 감일, 미사 등과 신도시는 가격 등락이 심하고 전매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 반면 이 지역은 어느 정도 가격대가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내년 서울 지하철 5호선 풍산역이 개통될 예정이다. 2021년에는 직결화 사업으로 강남 접근성이 향상될 전망이다. 대형마트나 스타필드, 학교들이 이미 갖춰진 상태다.

역세권 누리고 커뮤니티 시설도 갖춰KB부동산 시세통계에 따르면 풍산동의 경우 최근 조정기를 겪고 있지만, 3년 전에 비하면 ㎡당 140만원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시스템에서 덕풍동의 ‘풍산 삼부르네상스’ 아파트는 전용 101㎡ 기준으로 2016년 11월 매매가가 5억5000만원이었지만,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말에는 7억15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에는 주춤하긴 했지만 6억8000만원에 매매되는 등 6억원대 후반을 나타내고 있다. 덕풍동의 ‘하남 풍산 아이파크 5단지’(전용 84㎡기준) 역시 2016년에 5억원을 넘어서고 지난해 6억원을 돌파한 뒤 꾸준히 6억원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오피스텔이 투자용에서 주거용이 중심점이 이동되고 있는 점은 시장에서도 읽힌다. 임대수익률을 하락하고 있는 반면 매매가격은 오르고 있어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4.96%로 지난해 같은 달(5.02%) 대비 0.06%포인트 소폭 하락했다. 오피스텔의 매매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오피스텔의 평균 매매가격은 전용면적 3.3㎡당 1596만원으로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이래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하남=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