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와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가 완료되면 기업가치만 1660억달러(약 196조7000억원)에 달하는 항공·방산업계 대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두 회사는 50대 50의 동일한 조건으로 합병하기로 합의했다. 이르면 10일 뉴욕증시 개장 전 합병에 대한 공식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다.합병이 마무리되면 기업가치만 1660억달러에 이르는 새로운 거대 방산그룹이 된다. 현재 UTC의 시총은 1140억달러, 레이시온은 520억달러 수준이다. UTC가 자회사인 오티스엘리베이터와 냉난방기 제조업체 캐리어를 분사하더라도 시총은 1000억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다. 세계 항공우주 분야 1위 기업인 보잉(1990억 달러)에 이어 업계 2위로 올라서게 된다.
FT는 “이번 합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있게 대응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상업용 항공우주 및 국방 시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두 회사가 합병을 통해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얘기다. 항공 엔진 사업부문을 강화하겠다는 그레고리 헤인스 UT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도 큰 영향을 미쳤다. UTC는 작년 항공기 부품업체 록웰콜린스를 230억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미국 방산업계의 시장구도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레이시온은 지난해 미국 정부 방위사업의 3위 수주기업이고 UTC는 8위 기업이다. 지난해 두 회사의 방위사업 수주실적은 합하면 총 243억달러다. 2위 기업인 보잉(274억달러)을 바짝 추격하게 된다. 미국 방산업계는 록히드마틴이 굳건히 1위를 지키는 가운데 2위인 보잉이 잇단 추락사고로 고전하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 작년 10월엔 방산업체 L-3테크놀로지스가 해리스 코퍼레이션을 사들여 방산업체 6위권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