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앱 개발자들이 소송…애플, 잇단 반독점 피소에 곤혹

"iOS용 앱 독점 판매하면서
30%의 높은 수수료율 부과"

팀 쿡 "독점 아냐" 반박 불구
"美 법무부, 4대 IT기업 조사"
애플 앱(응용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최근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자사 온라인 앱 장터 앱스토어의 독점권을 남용했다는 것이 이유다. 미국 법무부가 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을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소송전까지 벌어져 애플은 사면초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직접 나서 “애플은 독점기업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애플, 시장지배력 남용”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앱 개발자들은 반독점 위반을 이유로 애플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이들은 “애플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개발자들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애플의 앱스토어가 iOS(아이폰·아이패드 운영체제)용 앱을 독점 판매·유통하면서 30%의 높은 수수료율을 부과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애플이 가격 책정에도 간섭했다고 주장했다. 개발자들은 “애플이 잠재적 경쟁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미국 시장을 독점했다”고 말했다.

현재 iOS용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곳은 애플의 앱스토어가 유일하다. 애플이 iOS용 앱을 자사 앱스토어 외 다른 곳에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구글의 안드로이드용 앱은 자사 앱 장터인 구글스토어 외에 삼성, 아마존 등 다른 기업의 앱 장터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다. 단 구글스토어 역시 앱 판매에 대해 30%의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달 미 연방대법원은 앱 개발자뿐만 아니라 이용자도 앱스토어와 관련해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애플 앱스토어 이용자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애플은 수수료를 판매자인 개발자에게 부과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이용자들은 “애플이 개발자에게 부과한 수수료가 가격에 반영돼 이용자에게 전가된다”고 반박했다.연방법원이 이용자 손을 들어줘 애플은 소송전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이 판결로 개발자에게 30%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책도 바꿔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의 반독점 위반 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도 지난 3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애플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스포티파이는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자사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뮤직에 특혜를 줘 경쟁을 막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팀 쿡 “독점기업 아니다” 반박
애플은 규제당국의 반독점 조사도 받는다. 최근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4대 IT 기업을 조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법무부가 애플과 구글, FTC가 아마존과 페이스북을 조사한다. 당국은 이들 기업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한 경쟁을 막았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쿡 CEO는 이와 관련해 “애플은 독점기업이 아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4일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애플은 어떤 시장에서도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애플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40%에 못 미치고, PC 시장 점유율은 그보다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애플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1.7%로 삼성(23.1%), 화웨이(1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쿡 CEO는 그러나 앱스토어 독점 소송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다.앱스토어는 애플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인 데다 아이폰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애플은 하드웨어인 스마트폰 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앱스토어 서비스를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앱스토어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나오면 애플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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