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승진 대가로 10억 뒷돈…부산항운노조 '취업 장사'

檢, 전·현직 간부 등 31명 기소
친·인척 등 조직적 불법 취업도
부산항에 근로자를 독점으로 공급하는 부산항운노조에서 또다시 대규모 인사비리가 적발됐다.

전·현직 노조위원장 2명을 비롯한 30여 명이 취업 등을 대가로 1인당 수천만원씩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방검찰청 특수부(부장검사 박승대)는 김모(53), 이모(70) 전 위원장과 터미널운영사 임직원 4명, 일용직 공급업체 대표 2명 등 31명을 적발해 16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0일 발표했다.
노조 가입 대가로 3천만~5천만원 받아

부산항운노조는 2005년에 대규모 인사비리가 드러나면서 전·현직 노조위원장이 구속됐다. 검찰은 그러나 이후에도 조합원 가입이나 승진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고 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아 상당 기간 내사를 벌여왔다고 밝혔다. 부산항운노조는 지난 2월 기준으로 정조합원 7695명, 임시조합원 2521명을 거느린 전국 최대 항운노조다.검찰에 따르면 부산항운노조 간부들은 친인척을 불법으로 취업시키거나, 항만에 일용직 독점 공급 구조를 구축해 터미널운영사와 유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합원 가입 시 3000만~5000만원을 수수한 것을 비롯해 조장·반장·지부장 승진, 복직이나 정년 연장 때 수천만원의 뒷돈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전 위원장 등 14명이 취업, 승진 대가 등으로 받은 돈은 10억원이 넘었다.

취업 자격이 없는 노조 간부 친인척 등을 부산신항 물류업체에 조직적으로 불법 취업시킨 채용 비리도 밝혀졌다. 김 전 위원장과 노조 지도부는 2013년부터 올해 초까지 노조 간부 친인척 등 외부인 135명을 유령 조합원으로 올린 뒤 이 중 105명을 부산신항 물류업체에 전환배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근무 여건이 좋은 신항으로의 전직을 꿈꾼 기존 노조원은 전환배치 기회를 잃었고 외부인이 채용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불법 취업한 이들 중 60%가 반장 이상 노조 간부의 친인척이거나 주변인이었다.

노조지부장 친척이 노무관리 대행부산항운노조와 일용직 공급업체, 터미널운영사의 유착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부산항운노조는 2014년부터 일용직 항운노조원을 터미널운영사 등에 공급하며 노무관리를 Y사에 대행하도록 했다. 항운노조 지부장 친형이 운영한 Y사는 일용직 공급권을 독점하며 설립 2년 만에 연 매출 200억원을 거두는 등 급성장했다. Y사 대표는 법인 자금 50억원을 빼돌려 부동산과 외제 차를 구매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 빼돌린 돈으로 독점적인 노무 공급권을 유지하기 위해 항운노조 간부나 터미널운영사 간부에게 금품로비를 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친분을 맺은 터미널운영사로부터 정리해고 및 임단협 과정에서의 항운노조 반발을 잘 무마해주는 대가로 1500만원을 받는가 하면 퇴직한 터미널운영사 대표를 인력공급업체에 취직시켜주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간부가 항운노조 비리에 가담한 사실도 드러났다. 인권위 이모 팀장은 부산소장 재직 시절 채용 비리로 구속된 이모 전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에게 가석방과 특별면회 등 편의를 알선해주는 대가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검찰은 수사 결과 드러난 부산항운노조 문제점을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등 감독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