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나라 요시토모 '불면의 밤(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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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일본의 대표적인 네오팝아티스트 나라 요시토모(60)는 순진해 보이면서도 악동 같은 표정의 어린아이나 강아지, 고양이를 소재로 즐겨 사용한다. 현대인의 내면에 감춰진 공포와 고독감, 반항심, 잔인함을 어린 소녀와 귀여운 동물을 통해 보여준다. 만화 같은 그의 그림은 2010년 미국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 개인전을 계기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면서 국제 미술시장에서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9년에 완성한 이 그림은 소녀의 얼굴만을 큼지막하게 그린 세로 120㎝, 가로 110㎝ 크기의 대작이다. 빨간 셔츠를 입고 입을 꼭 다문 아이는 송곳니를 드러내고 무서운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아이의 눈에는 우수가 가득해 보인다. 치켜뜬 눈은 두려움, 고독, 반항심 등 다양한 감정을 쏟아내며 포커페이스(포커판에서 자신의 패를 숨기기 위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로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속내를 드러낸다. 고양이를 닮은 캐릭터로 묘사해 늘 보호받고 싶고, 숨고 싶고, 상처받고 싶지 않은 애잔한 심정까지 담아냈다.이 그림은 지난달 25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3492만5000홍콩달러(약 53억원·수수료 포함)에 팔려 나라의 작품 가운데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