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내는 맛'에 '긁는 재미'까지…체크카드도 신용카드급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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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계 카드사 '체크카드 전쟁'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체크카드 고객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체크카드를 사용하려면 계좌를 개설하고, 현금을 넣어둬야 한다. 은행 입장에선 이자를 적게 줘도 되는 요구불예금의 계좌가 늘어나기 때문에 금융지주들이 카드사에 체크카드를 늘리도록 하고 있다.
카카오·네이버페이 등 거센 도전
카드 실적이 은행 수신으로 직결
1030 겨냥한 캐릭터 카드 인기
모바일 간편결제에 긴장하는 체크카드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인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체크카드 발급 건수는 지난해 6655만 장을 기록해 전년보다 1.2% 줄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모바일 기반 간편결제업체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전체 체크카드 신규 발급 건수 중 은행계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96.17%로 전년보다 0.5%포인트가량 올랐다.
체크카드를 쓰면 은행 계좌에서 바로 빠져나간다. 체크카드 실적이 은행 수신 실적이라는 점에서 은행계 카드사들에 이 시장은 매우 중요하다. 전업 카드사를 보유하지 않은 신용금고와 특수·지방은행이 체크카드에 큰 공을 쏟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캐릭터 카드 ‘인기’
‘꺼내는 맛’과 ‘긁는 맛’을 강조한 캐릭터 체크카드가 최근 대세다. 신한카드가 지난 3월 말 미국 NBC유니버설과 제휴해 출시한 ‘미니언즈 체크카드’가 대표적 사례다. 출시 49일 만에 발급 건수 10만 장을 넘어섰다. 이용실적에 상관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액의 0.2%를 적립해준다. 결제액이 많은 업종에선 최대 1.0%를 쌓아준다. 신용카드와 달리 전월 결제실적을 따지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신협중앙회가 최근 내놓은 어부바 체크카드도 신협의 ‘어부바’ CM송으로 유명한 돼지 캐릭터를 넣었다. 20~40대가 주로 가는 편의점, 카페,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금액의 5%를 돌려준다. 영화표, 통신요금, 어학시험 응시료를 결제하면 3000원씩을 깎아준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달 실적 기준은 20만원이다.KB국민카드는 일본인 작가 네모타로가 만든 ‘오버액션 토끼’를 담은 체크카드를 내년 5월까지 팔기로 했다. 대중교통 이용 시 10%를 깎아주고 CGV 영화표 35%, 스타벅스 20%, 롯데월드·에버랜드 50% 등의 할인 혜택을 준다.
하나카드는 넥슨의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와 연계한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이 합작해 세운 핀테크(금융기술) 회사 핀크가 선보인 6핀크카드는 개그맨 유병재 씨의 얼굴을 카드에 크게 넣어 인기를 끈 데 이어 지난달에는 인스타그램 인기견 ‘인절미’를 담은 시즌2카드를 내놨다. 개성을 표현하길 원하는 10~20대를 겨냥했다.
연령대 겨냥 맞춤카드 속속우리카드는 신용카드 ‘카드의 정석’의 인기 여세를 체크카드 시장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카드의 정석 쿠키 체크카드’를 내놨다. 해외이용 수수료를 물리지 않는 게 특징이다. 유학생과 해외직구(직접구매)족에게 큰 혜택이 갈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온라인쇼핑, 커피, 영화 등의 업종별 할인도 기본으로 제공한다.
농협은행은 복잡한 조건을 따지지 않고 적립에 최대한 집중한 ‘올바른 포인트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적립한도 없이 NH포인트를 0.2~0.7%씩 쌓아주는 게 특징이다. NH포인트는 하나로마트, 농협몰 등에서 쓸 수 있다. 연령이 높은 고객을 타깃으로 했다.
신한카드가 최근 내놓은 S20체크카드는 20대의 소비 패턴을 연구해 만들었다. 전국 지하철과 버스 이용 금액의 10%를 돌려준다. 통신료, 카페 할인을 해주고 G마켓, 11번가, 옥션, 인터파크 등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때 최대 7%를 돌려준다. 연회비도 없앴다. 신용카드 업계 관계자는 “체크카드의 결제 수수료가 신용카드보다 낮지만, 은행의 수신 실적과 바로 연동되기 때문에 카드사로선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신용카드 수준의 혜택을 주는 카드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