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전 남편 살해방법 윤곽…"몽롱한 상태서 공격…성폭행 주장 허위인 듯"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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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유정 살해방법 수사결과 발표"현장에 비산된 혈흔 형태 분석 등을 토대로 종합한 결과 피해자가 수면제를 복용한 몽롱한 상태 또는 반수면 상태에서 흉기로 최소 3회 이상 공격하여 살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수면 상태’ 흉기로 3회 이상 공격 추정”
경찰이 공개한 ‘고유정 사건 및 살해방법’
"피해자 혈흔 천장에 많아…누워서 당했을 것"
고유정 전 남편 살해 동기는 ‘재혼 가정 유지’
제주동부경찰서는 11일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고유정 사건에 대해 치밀하게 계획된 단독범행으로 잠정결론 내리고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 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변 CCTV상 외부인 출입 사실이 없고 피의자가 범행 도구를 구입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점, 여객선 내에서 혼자 시신 일부를 유기한 점 등을 볼 때 공범이 없는 단독범행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는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범행 전에 범행과 관련된 단어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했고 범행 도구를 마트와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였으며 시신을 처리하고 범행 현장을 청소한 사실 등에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판단된다"면서 "사전에 졸피뎀을 구입한 사실, 현장에 비산된 혈흔 형태 분석 등을 토대로 종합한 결과 피해자가 수면제를 복용한 몽롱한 상태 또는 반수면 상태에서 흉기로 최소 3회 이상 공격하여 살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이 범행에 약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은 전 남편의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검출되면서 불거졌다.'졸피뎀'은 고유정의 차량에서 압수한 이불에 묻어 있던 피해자의 혈액에서 검출됐다.
애초 국과수에서는 혈액이 미량이어서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의견이었으나 정밀 재감정을 통해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음을 밝혀냈다.경찰은 그동안 피해자의 키가 180cm에 몸무게 80kg이었고, 고유정은 키 160cm에 몸무게 50kg으로 체격과 체력의 차이가 큰 데 어떻게 혼자서 제압했는지 의문이 풀리지 않아 약물 사용을 의심해왔다.앞서 고유정이 범행 전 구매했다가 사용 안 한 물품을 환불받은 CCTV도 공개됐다.
영상에는 범행 사흘 뒤 제주 시내 마트로 직접 가서 태연하게 표백제 일부 등을 환불받는 고유정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시신 옆에 두었던 것이라 찝찝해 환불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유정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께 제주 시내 한 마트에서 흉기와 종량제 봉투30장, 표백제, 고무장갑 등을 구입했다. 흉기는 청주시 자택에서 발견됐다.
이후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은 범행 이틀 뒤인 같은 달 27일 제주시 한 호텔에서 피해자 휴대전화로 알리바이를 꾸미는 조작 문자를 자신에게 전송했다. 휴대전화는 고씨 차량에서 나왔다.
이튿날 오후 늦게 완도행 여객선을 탄 고유정은 큰 가방에 담아간 피해자 시신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배 위에서 해상에 버렸다. 선박 CCTV 영상에는 고씨가 약 7분가량 봉투에 담긴 물체를 바다에 버리는 장면이 찍혀있다.
여객선 안에서 고유정은 전기톱을 자신의 친정 아버지가 살고 있는 경기도 김포 소재 집으로 주문한다. 톱은 추후 고씨가 살고 있던 청주시 자택에서 발견된다.
경찰은 고씨가 주문한 전기톱을 이용해 피해자 시신을 추가 훼손해 유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곳에서 훼손한 피해자의 뼛조각으로 보이는 사람뼈가 지난 5일 인천의 한 재활용업체서 발견돼 경찰은 DNA 대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유정은 사건 초기 전 남편이 자신을 덥치려다 실패해 도주한 것처럼 완전범죄를 노렸다.
조작문자 내용이 '성폭행 하려한 것 미안하다. 고소는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인 것도 마치 자신에 대해 성범죄를 저지르려다 이에 실패하자 잠적한 것으로 보여지게 하려 했던 것.
경찰은 고유정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12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다음은 제주동부경찰서 발표 전문
저희 동부경찰서에서는 전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 고유정 36세 여자를 살인 및 사체손괴, 유기 등의 혐의로 6월 12일 구속 송치할 예정입니다. 먼저 사건 개요입니다.
피의자는 2019년 5월 25일 20시부터 21시 16분경 사이 제주시 소재 펜션에서 전남편인 피해자 K 씨 36세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후 5월 27일 11시 30분경 펜션을 나올 때까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하여 5월 28일 21시 30분부터 21시 37분경 사이 완도행 여객선에서 시신 일부를 바다에 유기하였습니다.
5월 29일 04시 03분경부터 5월 31일 03시 13분경 사이 경기 김포 소재 가족 명의 아파트에서 남은 시신의 일부를 2차 훼손하였고 5월 31일 03시 13분부터 03시 21분경 사이에 훼손된 시신을 종량제봉투에 담아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유기하였습니다.
피의자 특정 및 검거 과정입니다. 피해자가 5월 21일 펜션에 입실하여 나가는 장면이 주변 CCTV로 확인되지 않는 점. 펜션 내부 감식 및 루미놀 검사 결과 혈은 반응이 확인되는 점에서 피의자에게 용의점이 있다고 판단하였고 6월 1일 피의자 주거지 주변에서 잠복하던 중 피의자가 쓰레기 수거장에서 혈흔이 피해자의 것으로 확인되어 피의자를 긴급 체포하였습니다.
다음은 공범 유무입니다. 피의자는 체포 당시 단독 범행을 주장하였으나 체격이 작은 여성 피의자가 남성을 살해하였고 피의자의 시신을 훼손한 후 옮긴 점 등에 의문이 있어 공범 연루 가능성을 집중 수사하였습니다.
범행 시간대 피의자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 및 위치 추적 결과 피의자가 수면제 및 범행도구 구입 등 사전 범행을 준비한 점. 체포 시까지 동행인이 없었던 점, 여객선 내에서 혼자 시신 일부를 유기하는 장면이 확인되는 점 등으로 볼 때 공범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살해 추정 일시입니다. 피해자가 5월 25일 20시경 펜션에서 부친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실과 21시 16분경 피해자의 휴대폰이 꺼진 사실이 확인되고 그 사이 걸려온 전화에 피해자가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 점, 피해자에게 투약되었다고 보이는 약물이 약 5분 만에 효과가 나타나는 점, 피의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범행 시간은 5월 25일 20시부터 21시 16분경 사이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계획 범죄 여부입니다. 피의자는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범행 전에 범행과 관련된 단어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하였고 이게 범행 보름 전부터 검색한 기록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주도 입도 전인 5월 17일 주거지에서 약 20km 떨어진 병원, 약국에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매하는 등 범행 도구를 마트와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였습니다.
차량을 주거지에서 제주도까지 가져와 시신을 싣고 되돌아간 점. 범행 현장을 청소한 사실,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하기 어렵도록 훼손한 후 여러 장소에 유기한 점 등에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범행 수법입니다. 피의자는 구체적 범행 수법에 대하여 진술을 회피하고 있으나 피의자가 체격 차이가 큰 피해자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제압하기는 쉽지 않았을 점, 사전에 졸피뎀을 구입한 사실, 현장에 비산된 혈흔 형태 분석 등을 토대로 종합한 결과 피해자가 수면제를 복용한 몽롱한 상태 또는 반수면 상태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최소 3회 이상 공격하여 살해하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범행 동기입니다. 피의자는 체포 당시부터 피해자가 성폭행을 하려고 하자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범행 수법 등을 인터넷에서 사전에 검색하고 범행 도구를 사전에 구입하거나 준비한 점 등으로 볼 때 피의자의 주장은 허위로 판단됩니다.
프로파일러 투입 결과 피의자가 전남편인 피해자와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현재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등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 때문에 범행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다음은 증거 관계입니다. 범행에 사용된 칼, 1차 시신 훼손 시 사용한 도구, 2차 시신 훼손 시 사용한 도구 등에서 피해자 DNA가 각각 검출되는 등 총 89점의 증거물을 압수하였습니다.
다음은 정신질환 여부입니다. 관련 기록상 피의자의 정신질환은 확인되지 않고 있고 범행 과정에서도 면밀한 계획과 실행이 확인되며 조사 과정에서도 별다른 이상징후를 느낀 사실은 없습니다.본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이후에도 피해자의 시신 발견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 피해자 및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하고 피의자에 대하여는 검찰과 협력하여 증거 보관 및 엄정한 처벌이 이루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