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인권단체, 北 '공개처형·암매장 지도' 만들어

4년간 탈북민 610명 인터뷰
처형 추정지 323곳…강가, 시장, 학교 등 다양
처형장 7세 아이까지 지켜봐…많게는 1000명 동원
절도 등 재산침해죄 가장 많아…변호인 없이 약식 재판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에서 여전히 공개처형이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제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살해당한 사람들을 위한 매핑: 북한정권의 처형과 암매장’을 공개했다. 이 단체는 지난 4년간 탈북민 61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위성사진 등을 통해 좌표를 확보한 323곳의 처형장소를 지목했다. 탈북자들이 증언한 323건 중 318건은 공개처형이다.공개처형은 강가, 시장, 공터, 논밭, 경기장, 학교 운동장 등 개방된 공간에서 벌어졌다. 수백명 혹은 1000명 이상이 공개처형을 강제로 지켜봤다. 응답자 중 83%는 북한에서 공개처형을 목격했고, 53%는 북한 당국에 의해 강제로 공개처형을 봐야만 했다고 답했다. 공개처형을 본 가장 어린 나이는 7세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16%는 북한 정권에 의해 살해되거나 처형된 가족이 있다고 했다.

처형 죄목은 조사 사례 715건(중복응답) 중 절도 등 재산침해죄가 238건(33.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살인·강간·폭행 등 폭력죄가 115건(16.1%), 정치죄(반혁명·남한 관련죄·간첩행위)가 73건(10.2%)이었다. 응답자들은 “공개처형 직전에 현장에서 약식 재판이 열렸지만, 당시 혐의자들은 이미 반죽음 상태로 끌려 나왔으며 변호인의 조력 없이 혐의와 판결이 낭독됐다”고 전했다.
조사에 참여한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이 시신을 가족에 돌려주지 않고, 시체를 묻은 장소도 알려주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증언했다. 시신 암매장 장소로 추정되는 장소 25곳도 지목됐다.TJWG는 “탈북민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조사의 한계가 있어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확정적 결론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인터뷰에 응답한 탈북자 610명 중 탈북 전 거주 지역은 함경북도가 57%로 가장 많았다. 양강도(18.9%), 함경남도(7.5%), 평안남도(5.2%), 평양(4.6%) 순으로 뒤를 이었다. 탈북자들의 증언보다 실제 북한 전역에서 공개처형 장소와 자행되는 규모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영환 TJWG 대표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에 대한 현장조사가 가능해질 때에 대비해 처형 및 암매장 장소를 기록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또 “분쟁이나 독재를 겪는 나라에서 사망·실종자의 위치와 사례를 기록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대응하는 강력한 개입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