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이어온 국가의 존재 이유 고찰…정치 무관심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

장편 '천년의 질문' 출간한 조정래
“대한민국이란 국가와 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과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소설가 조정래(76·사진)가 11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해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세대가 겪은 모순과 갈등을 우리 손자세대만큼은 다시 겪지 않고 정상국가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마음에서 소설을 쓰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천년의 질문》은 2016년 우리 사회와 교육의 지향점을 이야기한 《풀꽃도 꽃이다》(해냄)를 내놓은 지 3년 만에 나온 신작이다. 소설은 법률가, 기업인, 정치인, 언론인 등이 벌이는 암투를 통해 지금 한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작가 조씨는 “수천 년에 걸쳐 되풀이된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 바로 이 소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 모든 권력은 부패하고 타락하게 돼 있는데 그것을 막는 것은 권력을 만들어준 국민의 의무이자 책임”이라며 “소설을 통해 ‘국가를 다스리는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관심한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이번 작품을 쓰기 위해 사회 각계각층을 상대로 오랜 취재를 통해 취재 수첩 130권에 달하는 자료를 확보했다고 했다. 매일 11시간씩 집필에 몰두해 원고지 3612장을 탈고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가진 자의 회유와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는 열혈 기자를 세웠다. 그는 “신문은 사회의 목탁이며 기자는 사회의 등불이자 산소여야 한다”며 “기자는 서치라이트를 비추듯 모든 분야를 구체적으로 폭넓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소설 속에서 내가 바라는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 믿고 설정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우리 사회와 국가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결책까지 담았다”며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차후 입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설은 현실의 반영이고 당대 문제의식을 담지 않으면 소설일 수 없지만 현실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동의한다”며 “이 소설만큼은 작가로서 해결책을 내야만 소임을 다한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작가가 특정한 사회 모델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게 위험할 수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소설에 대해 논하는 건 평론가이고 작가는 자기 의사에 따라 쓰는 것”이라고 답했다.그가 생각하는 국가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스웨덴, 영국, 독일 등 북유럽과 서유럽 국가들처럼 인권을 존중하고 복지를 제대로 펴 ‘정치인들은 행복을 주는 고마운 사람’이라는 신뢰를 온 국민이 보낼 수 있는 사회”라고 말했다.

차기작을 묻는 말에 조씨는 “30년 전부터 구상한 우주와 생명에 대한 궁금증 이야기를 6년 뒤에 쓰겠다”며 “죽을 때까지 글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