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자 '화웨이 사태' 해법 찾을까…13일부터 사업부별 글로벌전략회의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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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전쟁 후폭풍 막자삼성전자가 이번주 IM(정보기술·모바일) 부문부터 사업부별 글로벌전략회의를 시작한다. 주요 임직원이 모여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목표 달성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1년에 두 차례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의 거래 중단 압박 등 미·중 무역분쟁이 불러온 ‘화웨이 사태’에 따른 대응책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컨트롤타워 격인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소속 임원들이 구속되거나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전략 수립 및 실행 과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13일 무선사업부부터 회의 시작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3일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IM 부문을 시작으로 글로벌전략회의를 진행한다. 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반도체 관련 사업부가 속해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다음주로 예정돼 있다. 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 사업부가 주축인 CE(소비자가전) 부문은 최고위급 임원이 해외 출장 때마다 현지 법인을 방문해 회의를 열기로 했다. 지금까지 CE 부문은 IM 부문과 함께 ‘세트(완제품) 사업’으로 묶여 삼성전자 수원 본사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했다.
올해 글로벌전략회의는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와 실적 부진 등 최근 삼성전자 안팎의 상황을 감안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열릴 전망이다. 사원급까지 참석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핵심 임직원들만 모일 계획이다. 사업 부문별로 ‘자율성’도 확대했다. CE 부문이 본사가 아니라 해외에서 회의를 여는 게 대표적이다.
‘화웨이 사태’가 최대 이슈사업 부문을 막론하고 회의의 공통 주제는 ‘화웨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화웨이 TF’를 조직해 화웨이 사태 진행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M 부문은 화웨이가 강세를 보이던 유럽, 일본 등지에서 스마트폰·네트워크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주로 고민할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DS 부문은 화웨이의 주문이 줄어들 경우를 대비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분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TV 등 삼성전자 주력 제품에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 브랜드에 대처하는 방안도 집중 논의 대상으로 꼽힌다.
사업부별 개별 이슈도 적지 않다. 무선사업부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품질 문제를 봉합한 뒤 하반기 출시가 예정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의 성공에 총력을 다해야 할 상황이다. 메모리는 반도체산업 불황 대처 방안, 시스템LSI는 5G(5세대) 이동통신 통신칩 경쟁력 강화, 전장사업용 통신칩·인공지능(AI) 칩 납품 확대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는 대만 TSMC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TV의 경우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TV를 앞세워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LG전자 등 경쟁 업체를 압도할 방안이 필요하다. 생활가전은 유럽, 북미의 프리미엄 시장에 안착하는 게 시급하다.이재용 부회장은 불참할 듯
최근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분식 의혹과 관련한 증거 인멸 혐의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를 강도 높게 수사하고 있어 각 사업부와의 긴밀한 전략 협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지원TF 관계자들이 글로벌전략회의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지만 회의 전후 목표 및 전략을 세우고 수정하는 과정에선 긴밀하게 협업해왔다”며 “올해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글로벌전략회의에도 불참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 부회장이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글로벌전략회의를 주재하거나 참석한 적은 없다.
황정수/좌동욱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