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책도 여론에 맡기나"…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성' 논란

국민정책참여단 두 차례 토론회
김재원 "과학기술은 없다" 주장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가 전문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의 미세먼지 정책 마련 과정에서 비전문적인 여론이 방향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일반 국민 501명으로 구성된 국민정책참여단이 두 차례에 걸쳐 국민대토론회를 벌이고, 여기서 나온 의견을 전문위원회에서 검토한 뒤 본 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9월까지 정부에 정책을 제안할 계획이다. 지난 9일 1차 국민대토론회에서는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달라” “대중교통 활성화 대책을 세워달라”는 등 원론적 의견이 주를 이뤘다.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인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과학기술 영역에 가까운 미세먼지 대책을 국민정책참여단 숙의를 거쳐 짠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미세먼지 대책을 하나의 선전에 활용하려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어떤 냉면집이 맛있는지 알아보려면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되지만, 뇌수술은 권위자에게 맡기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전날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해 “과학기술은 온데간데없고, 국민 숙의로 (미세먼지 정책 마련을) 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반 위원장에게 “뇌수술을 하려면 국민정책참여단 숙의를 거쳐 수술하느냐”며 “미세먼지 정치를 하는 것이냐, 아니면 미세먼지 장사를 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도 이날 설명자료에서 미세먼지는 과학기술의 영역이기 때문에 전문성·경험을 근간으로 정책 제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 의견 수렴도 중요하나 효율적인 정책 제안 마련을 위해 전문가 의견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2차 본회의 주요 논의 결과였다고 소개했다.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을 정부에 제안하기 위해 지난 4월 출범했다. 초등학교 교장, 소상공인 대표, 상시 야외 근로자, 농촌 지역 마을 대표 등 시민과 정부, 지방자치단체, 정당 인사 등 모두 42명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임도원/구은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