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끝낸 김여정, 이번에도 김정은의 대남 메신저 역할

비서실장 겸 여동생으로 사실상 대리 파견…"최대한 예우"
건강 이상설과 달리 "밝고 건강한 모습"…리현·경호원 대동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지속되는 남북관계 소강국면에서 다시 한번 남쪽을 향하는 메신저로 나서 눈길을 끈다.김 제1부부장은 12일 오후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남측 인사들을 만나 김 위원장이 보내는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께서 이희호 여사에 대해서는 각별한 감정을 갖고 '김 부부장이 남측의 책임 있는 인사에게 직접 조의를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남북관계의 경색국면 등으로 조문단을 보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 여사와 인연 등을 고려해 김 위원장이 자신을 유일하게 대신할 수 있는 여동생을 보내며 최대의 예우를 갖춘 셈이다.특히 하노이 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교착국면에서 김 제1부부장을 보낸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미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회로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친서를 갖고 방한, 남북관계에 화해 모드의 문을 열며 메신저 역할을 했다.
당시 임신한 몸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고, 이후 북한으로 돌아가 김 위원장에게 면담 내용을 보고하는 등 김 위원장의 '입과 귀' 역할을 했다.김 제1부부장은 단순히 로열패밀리가 아니라 북한의 대남 정책 결정과 실행 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공식 직함은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지만 김 위원장의 그림자가 돼 국정운영 전반을 보좌하며 사실상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작년 4월 첫 남북정상회담에도 김영철 당 대남담당 부위원장과 함께 유일하게 배석했으며, 두 번째 회담에서도 김 위원장 옆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판문점 첫날 회담에서 자신의 여동생에 대해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 제1부부장은 1·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담판에 나선 김 위원장을 밀착 보좌해 그의 위상과 정치적 입지를 가늠케 했다.

그동안 남북관계 주요 국면마다 비중있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오빠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이번에도 조의를 전하는 임무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근신설'까지 돌았지만,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전할 대남 메신저라는 중책을 맡아 그런 논란을 잠재웠다.

일각에서는 김 제1부부장의 건강 이상설도 제기했지만, 그는 통일부가 제공한 전달식 사진에서 밝게 웃는 모습이었다.

장례위원회를 대표해 나간 박지원 의원은 "내가 지금 세 번째 보지만 아주 건강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 제1부부장을 수행한 리현 당 통일전선부 실장은 대남 분야 핵심 실무자로 꼽힌다.

리 실장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도 북측 조문단 일원으로 남한을 방문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작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남했을 때 수행원으로 동행했고, 이어 4월 남북 정상의 첫 판문점 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에도 참석했다.리 실장 외에 경호원들도 포착됐는데 북한에서 부부장급 인사가 경호원을 대동할 수 있는 경우는 없어 그의 높은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