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복 해저드 피하니 '보어 트랩'…막판까지 승부 알수 없는 난코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9
'베테랑' 김혜윤과 돌아본 '격전지' 포천힐스CC
김혜윤이 12일 경기 포천 포천힐스CC ‘보어 트랩’ 홀 중 하나인 17번홀(파4)에서 티샷하고 있다. 이 홀은 왼쪽에 벙커, 더 왼쪽으로는 무성한 풀과 나무가 있어 ‘훅 샷’이 나오면 공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다. 조희찬 기자
“페어웨이 굴곡이 심하네요. 선수들이 티잉 에어리어에서부터 생각이 많아질 것 같아요.”

12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5승에 빛나는 ‘베테랑’ 김혜윤(30·사진)은 KLPGA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이 열리는 포천힐스CC 답사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2010년 문을 연 ‘골프 마니아의 성지’ 포천힐스CC는 올해 처음으로 KLPGA투어 대회를 개최한다. 오는 20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이번 대회 예선은 6550야드, 본선은 6497야드로 치러진다. 투어 평균 이상이다. 산악 지형에 만들어진 특성상 오르막 경사를 고려하면 체감 길이는 더 길어진다.

이 대회에 추천 선수로 출전하는 그는 ‘팀비씨카드’의 ‘플레잉 코치’도 맡아 요즘이 가장 분주하다. 그는 “몇몇 홀은 공을 잘 보내고도 세컨드 샷을 벙커나 러프에서 해야 할 수도 있다”며 “처음으로 이곳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코스가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은 충분히 코스를 익히고 대회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대회 코스 세팅’이 완성되면 포천힐스CC는 한층 더 까다로운 상태로 선수들을 맞이할 전망이다. 정구학 포천힐스CC 대표는 “평소 (스팀프미터 계측 기준) 2.8~2.9m를 유지하는 그린은 본 대회가 시작하면 3.5m 수준으로 빨라진다”며 “여기에 언듈레이션이 심한 그린 경사로 인해 선수들이 느끼는 ‘체감 스피드’는 그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페어웨이는 20㎜, ‘A컷’ 러프는 40㎜, ‘B컷’ 러프는 80㎜로 세팅돼 ‘쉬운 러프샷’은 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페어웨이 가로지르는 ‘매복 해저드’

이번 대회 아웃(out) 코스인 가든 코스는 ‘매복 해저드’를 조심해야 한다. 폭이 좁고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해저드가 항시 입을 벌리고 있어서다.

1번홀(파5)부터 까다롭다. 512야드 길이의 이 홀은 홀까지 약 165야드를 남겨둔 우측 페어웨이 지점부터 75야드 지점의 좌측 페어웨이를 대각선으로 가로 지르는 해저드가 입을 벌리고 있다. 정확한 거리 계산이 없으면 ‘3온’도 어려울 수 있다. 김혜윤은 “260야드를 치는 장타 정도는 돼야 해저드 걱정 없이 투온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티잉 에어리어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이른바 ‘블라인드 홀’인 2번홀(파4)부터 본격적인 ‘테스트’가 시작된다. 페어웨이가 우측으로 휘어지는 ‘우 도그레그(dog-leg)’ 홀이다. 티잉 에어리어에선 선수의 우측 시야를 울창한 나무 숲이 가리고 있다. 나무를 넘겨 220야드 이상을 치면 페어웨이 우측 벙커를 넘겨 그린을 노리기 쉬워진다. 김혜윤은 “하지만 시야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선수가 ‘모험’을 피할 것”이라며 “정타와 장타가 어우러진다면 쉽게 버디를 낚아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 했다.

내리막 경사가 심한 7번홀(파4)은 페어웨이에 공을 보내고도 ‘트러블 샷’을 해야 할 수 있다. 페어웨이 굴곡이 심해 가파른 내리막 경사에서 세컨드 샷을 맞이할 수 있다. 그린 주변은 해저드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그린’이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는 치명적인 타수 손실로 이어진다.

이어지는 8번홀(243야드·파4)은 이른바 ‘원 온’이 가능한 전략홀이다. 하지만 신중함이 필요하다. 티잉 에어리어에서 240야드 떨어진 지점에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해저드가 도사리고 있어서다. 김혜윤은 “이 홀에서 치는 대다수의 선수는 드라이버 대신 하이브리드나 아이언 등으로 짧게 끊어가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며 “왜 이곳에서 14개 클럽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날카로운 ‘보어 트랩’…선수들 승부처로

인(in) 코스인 팰리스 코스의 ‘보어 트랩’은 이번 대회 우승자 향방을 가릴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멧돼지의 함정’이라는 뜻의 보어 트랩은 대회 16(파3), 17(파4), 18(파5)번홀을 뜻한다.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붙어 있는 이 세 홀은 공중에서 내려다봤을 때 멧돼지의 눈과 어금니를 연상케 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16번홀은 긴 전장(163야드)뿐 아니라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돌개 바람’이 그린을 지킨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부는 바람이 불다가도 공중에선 반대 방향으로 공을 밀어냈다. 김혜윤은 “얼핏 쉬워보이지만 핀 위치에 따라 선수들의 타수 등락 폭이 심한 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7번홀(382야드)은 페어웨이 왼쪽에 길게 자리한 벙커가 위협적이다. 조금만 ‘감기는 샷’이 나오면 벙커에 빠지거나 ‘페널티’를 각오해야 한다. 그린도 쉽지 않다. 그린 우측이 매우 높아 어설픈 ‘드로 샷’은 공을 그린 좌측 밖까지 밀어낸다.보어 트랩의 최종 관문인 18번홀(511야드)에선 잘 치고도 벙커 샷을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티잉 에어리어로부터 약 260야드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2개의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어서다. 김혜윤은 “어떤 선수는 벙커를 피하기 위해서 드라이버를 포기하고 3온을 노리고, 또 어떤 선수는 과감한 2온을 노릴 것”이라며 “1타 차 우승 경쟁에서 많은 변수를 몰고 올 홀”이라고 짚었다.

포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