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원샷·원킬…"우승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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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이하 월드컵 결승 진출12일 새벽(한국시간)은 한국 축구 역사가 새로 쓰인 날이었다. 20세 이하(U-20) ‘리틀 태극전사’들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전에 진출하면서다. 대선배들도 이뤄내지 못한 ‘꿈’ 같은 성과다.
이강인 '택배 패스' 받아 최준 벼락골
한국축구, 또 하나의 기적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이날 폴란드 루블린의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에콰도르와의 준결승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전반 39분 프리킥 상황에서 이강인(발렌시아)의 ‘킬패스’를 최준(연세대)이 결승골로 연결했다. ‘빛광연’ 이광연(강원·사진)은 경기 종료 직전 골이나 다름없는 에콰도르 레오나르도 캄파니의 헤더를 감각적으로 막아내며 ‘황금손’ 활약을 이어갔다.
이로써 한국 남자 축구는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이전까지 한국 남자 대표팀의 FIFA 주관대회 최고 기록은 1983년 이번 대회 전신인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4강과 A대표팀의 2002 한일월드컵 4강이었다.
한국은 오는 16일 오전 1시 우치의 우치 경기장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올라온 우크라이나와 우승 트로피를 놓고 외나무다리 승부를 벌인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모두 이 대회 우승 경험이 없다.정 감독은 “늦은 시간까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그리고 운동장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하나가 돼 뛴 것 같다. 감사드린다”며 “이제 마지막 경기가 남았다”고 우승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결승골을 도운 ‘막내형’ 이강인은 “이번 결승은 정말 역사적인 날이 될 것 같다”며 “중요한 경기에서 역사적인 날에 이기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감격한 선배들 ‘찬사 릴레이’
후배들이 이룬 성과에 ‘대선배’들의 아낌없는 찬사가 이어졌다. 1983 멕시코 대회 ‘4강 신화’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박종환 여주세종FC 총감독(82)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이 고맙고 발전된 한국 축구의 모습을 세계에 보여줬다”며 “운으로 이긴 게 아니라 실력으로 결승에 오른 만큼 자격이 충분하고 우승할 수 있는 실력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후배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우루과이와 8강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신연호 단국대 감독은 “정상에 오를 좋은 기회이니 마지막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부어 우승컵을 들고 귀국했으면 좋겠다”고 했다.2009년 이집트 대회에서 한국의 8강 진출에 앞장섰던 김보경은 “20세 선수들이 이렇게 잘해줄 줄 몰랐다”며 “20세 대표팀에도 A대표팀에 올 선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막내형’ 이강인에게 쏟아지는 관심
매 경기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펼치는 이강인에 대해 세계 축구계가 연신 감탄을 쏟아내고 있다. 이강인은 이날 결승골로 이어진 전반 39분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기습 패스를 최준에게 찔러줬다. 일각에선 U-20 대표팀 막내 이강인이 A대표팀에서도 주전급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개최국인 폴란드의 축구계가 가장 놀란 눈치다. 이강인의 활약에 몇몇 폴란드 구단이 영입을 시도하려다 그의 몸값을 보고 곧바로 포기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폴란드 ‘체글라트 스포르토비’는 “이강인의 활약에 홀린 폴란드 리그 팀들이 발렌시아와 접촉했으나 그의 바이아웃 금액이 8000만유로(약 1072억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1골 4도움을 기록 중인 이강인은 현재로선 FIFA 골든볼 수상도 유력하다. FIFA 골든볼은 MVP에 해당하는 상으로 대회 기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준다. FIFA 주관대회에서 골든볼을 받은 한국 선수는 2010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이끈 여민지가 유일하다.
역대 FIFA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받은 선수는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1979년), 아드리아누(브라질·1993년), 하비에르 사비올라(아르헨티나·2001년),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2005년), 세르히오 아궤로(아르헨티나·2007년), 폴 포그바(프랑스·2013년) 등이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