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은 봉' 자초하는 외국인근로자 제도, 전면 손질해야

생산성 떨어지는데 '내국인 임금+숙식 제공'
'일손 부족' 中企 약점 잡아 태업·꾀병 사례도
일본처럼 '단기간내 근무처 변경 방지' 필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잦은 이직 등으로 겪는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2년간 29%나 급등한 상황에서 숙련도가 떨어지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해서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는 이유다.

‘싼 맛에 외국인 쓴다’는 건 옛말이 됐다. 최저임금 시행규정으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 급여가 내국인 근로자 수준과 거의 같아졌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외국인력 고용 관련 숙식비 제공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급여 수준은 내국인 근로자의 97.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동생산성(내국인의 87.5%)은 그에 못 미쳤다. 언어 등의 문제로 업무 습득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정부는 근로기준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들어 국적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어렵다고 한다. 중기중앙회는 의사소통과 숙련도, 생산성 등을 고려해 2년간 수습기간을 두고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서를 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일본이 외국인 산업연수생에게 1~2년간 최저임금의 80~90%만 지급하는 방식을 참고하자는 것이다.

임금과 별도로 제공하는 숙식비도 기업들엔 큰 부담이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기업들은 외국인 1명당 평균 40만원에 달하는 월 숙식비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식비를 포함하면 외국인의 실질임금이 내국인보다 더 많은 셈이다. 고용노동부가 숙식비를 외국인 근로자에게 징수할 수 있도록 업무지침을 마련했지만, 숙식비 전액을 공제하는 업체가 5.8%에 불과할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동의서 서명을 거부하는 데다, 사후에 공제할 경우 이직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숙식비 공제 조항을 표준근로계약서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한다. 고용부는 업무지침을 만든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식의 태도에서 벗어나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할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외국인 근로자의 잦은 이직이다. 현행법은 입국 후 최초 3년간 3회, 재고용 1년10개월간 2회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 조사 결과 첫 직장에서 1년을 채운 경우는 39.9%에 그쳤다. 더 좋은 사업장으로 옮기기 위해 꾀병이나 결근, 태업 등을 하는 사례가 많은데도, 회사에서 제재할 수단은 거의 없다. 생산 차질에 따른 납품 지연 등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아야 한다. 일본처럼 1년간 근무처 변경을 불허하도록 해야 한다는 업계의 제안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중소 제조업 현장에서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다. 노동인권 침해로부터 이들을 보호할 사회안전망은 작동돼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인들을 보호할 정책도 필요하다. 업계의 요구를 잘 살펴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전면 보완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허리”라며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바꾸겠다고 했다.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에 귀를 닫는 한 ‘중소기업 중심 경제’는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