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격화에 금리 내리나…12일새 달라진 한은 총재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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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 검토 안 한다" 입장서 후퇴…"상황변화에 적절히 대응"
지난주 美연준 의장 발언과 판박이…당장 내리기보단 추이 살필 듯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악화를 우려하며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금리인하 요구에 명확히 선을 그어왔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당장 단기간 내 금리인하를 고려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추후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어서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금융시장의 기대감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시장의 금리인하 전망에 대해 거리를 뒀던 기존 기조와는 확연히 온도 차가 느껴지는 발언이다.이 총재는 불과 12일 전인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처럼 말하며 "입장 변화가 없다"고 했다.이 총재의 기념사 중 '면밀한 점검', '적절한 대응' 등의 언급은 지난 4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한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파월 의장은 당시 통화정책 콘퍼런스 연설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둔화를 우려하며 "미국의 경제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으며 경기확장 국면이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시장은 이 발언을 금리인하 신호로 해석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오고 시장이 강하게 금리인하 기대감을 보인 지 일주일 만에 이 총재도 비슷한 키워드를 언급한 것이다.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이 총재의 발언과 별개로 한 달여 전부터 고조돼왔다.지난 4월 25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된 이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줄곧 기준금리(연 1.75%)를 밑돌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만기 10년 이상 장기 국채 금리도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졌다.금리인하를 주문하는 정책제언도 전방위적으로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며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통화당국도 보조를 맞출 것을 권고했다.
KDI 전망에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지난달 31일 금통위 회의에서 조동철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은 극에 달했다.
이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소수의견은 말뜻 그대로 소수의견"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시장은 소수의견 출현을 인하 징후로 해석했다.
미국 이외 국가들의 통화완화 행렬 참여도 늘었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 4일 성장동력 저하와 저물가를 이유로 3년 가까이 연 1.5%로 동결해 온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낮췄다.
호주는 한국처럼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한은이 금리를 마지막으로 인하한 시점은 2016년 6월(연 1.25%)이 마지막이다.
그 뒤로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 한 차례씩 금리를 올리기만 하다가 마지막 인하 결정 후 3년 만에 다시 정책기조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 나온 셈이다.이 총재가 태도 변화를 보이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한두 달 내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소수의견도 나왔고 경제지표가 둔화한 데다 시중금리는 당장 인하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내려와 있다.
시간을 길게 끌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7월 내지 8월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직전 회의까지 관측된 금통위의 입장을 고려하면 금통위원들이 한두 달 새 곧바로 정책변화를 실행하기보다 3분기까지는 경제 여건 추이를 지켜보려 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시기는 4분기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시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부작용 탓에 한은이 쉽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올해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3분기 경기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11월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금통위의 의사결정 구조 상 공식적인 통화정책 기조 변화는 다음번 회의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통위는 지난달 31일만 해도 통화정책 회의 결정문에서 경제성장 전망경로에 대해 "지난 4월 (발표한) 전망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도 금통위를 대변해 연 기자간담회에서 별도로 기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았다.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금리 인하는 금통위의 결정 사안이므로 이 총재가 직접 인하 언급을 꺼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당장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시그널이라기보다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여지를 열어놓은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지난주 美연준 의장 발언과 판박이…당장 내리기보단 추이 살필 듯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악화를 우려하며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금리인하 요구에 명확히 선을 그어왔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당장 단기간 내 금리인하를 고려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추후 금리인하를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어서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금융시장의 기대감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시장의 금리인하 전망에 대해 거리를 뒀던 기존 기조와는 확연히 온도 차가 느껴지는 발언이다.이 총재는 불과 12일 전인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처럼 말하며 "입장 변화가 없다"고 했다.이 총재의 기념사 중 '면밀한 점검', '적절한 대응' 등의 언급은 지난 4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한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파월 의장은 당시 통화정책 콘퍼런스 연설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둔화를 우려하며 "미국의 경제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으며 경기확장 국면이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시장은 이 발언을 금리인하 신호로 해석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오고 시장이 강하게 금리인하 기대감을 보인 지 일주일 만에 이 총재도 비슷한 키워드를 언급한 것이다.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이 총재의 발언과 별개로 한 달여 전부터 고조돼왔다.지난 4월 25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된 이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줄곧 기준금리(연 1.75%)를 밑돌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만기 10년 이상 장기 국채 금리도 기준금리 밑으로 떨어졌다.금리인하를 주문하는 정책제언도 전방위적으로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며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통화당국도 보조를 맞출 것을 권고했다.
KDI 전망에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지난달 31일 금통위 회의에서 조동철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은 극에 달했다.
이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소수의견은 말뜻 그대로 소수의견"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시장은 소수의견 출현을 인하 징후로 해석했다.
미국 이외 국가들의 통화완화 행렬 참여도 늘었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 4일 성장동력 저하와 저물가를 이유로 3년 가까이 연 1.5%로 동결해 온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낮췄다.
호주는 한국처럼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한은이 금리를 마지막으로 인하한 시점은 2016년 6월(연 1.25%)이 마지막이다.
그 뒤로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 한 차례씩 금리를 올리기만 하다가 마지막 인하 결정 후 3년 만에 다시 정책기조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 나온 셈이다.이 총재가 태도 변화를 보이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한두 달 내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소수의견도 나왔고 경제지표가 둔화한 데다 시중금리는 당장 인하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내려와 있다.
시간을 길게 끌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7월 내지 8월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직전 회의까지 관측된 금통위의 입장을 고려하면 금통위원들이 한두 달 새 곧바로 정책변화를 실행하기보다 3분기까지는 경제 여건 추이를 지켜보려 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시기는 4분기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시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부작용 탓에 한은이 쉽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올해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3분기 경기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11월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금통위의 의사결정 구조 상 공식적인 통화정책 기조 변화는 다음번 회의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통위는 지난달 31일만 해도 통화정책 회의 결정문에서 경제성장 전망경로에 대해 "지난 4월 (발표한) 전망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도 금통위를 대변해 연 기자간담회에서 별도로 기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았다.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금리 인하는 금통위의 결정 사안이므로 이 총재가 직접 인하 언급을 꺼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당장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시그널이라기보다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여지를 열어놓은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