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의 반란] 아이스크림 시장 판도 바꾼 이천쌀콘…비결은 입소문·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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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량에서 부동의 1위 지키던 롯데제과 월드콘 제쳐
마케팅 없이 소비자 입소문으로 인기몰이
초콜릿 비율 일반 아이스크림 4배 함유
지난해까지 이마트24에서 5~8월 부동의 아이스크림 매출 1위는 월드콘이었다. 뒤이어 빙그레 '메로나'와 롯데제과 '더블비얀코'가 2~5위 사이에서 엎치락 뒤치락했다. 그러나 올해 이천쌀콘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PB 제품이 1위에 오른 것은 이천쌀콘이 최초다. 아이스크림은 충성도 높은 소비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는 분야라서 마케팅을 활발히 펼쳐도 매출 순위가 뒤바뀌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이마트24는 아이스크림 전문 제조업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여러 업체와 미팅을 진행하며 시장 조사에 주력했다. 그중 가장 뜻이 맞았던 아이스크림 기업 '라벨리'와 협업을 진행했다. 이마트24와 라벨리는 이천쌀콘을 만들면서 제품의 경쟁력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도전자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결과를 낙관할 수 없었다.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응이 좋았다. 출시 후 일주일 동안 SNS를 통해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이천쌀콘은 둘째 주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곧바로 아이스크림 카테고리 1위에 등극했다.
이천쌀콘을 한 번 맛 본 소비자들이 인스타그램 등 SNS에 후기를 남기면서 자연스레 바이럴마케팅이 이뤄졌다.
인스타그램에는 이천쌀콘을 경험한 소비자 반응이 넘쳐난다. 쌀 아이스크림인데 맛있고 가성비가 좋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인지도 높은 이천쌀을 전면에 내세워 궁금증을 유발했고 뉴트로 트렌드에 맞게 복고풍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해 감성을 자극한 것도 소비자에게 재미를 줬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지면서 '가성비 좋은 편의점 인싸템'이라는 후기가 온라인에서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 소장을 맡고 있는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올해 식품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 중 하나가 소비자가 스스로 맛과 후기를 공유한다는 것"이라며 "전에 없었던 식품을 SNS에 올리면서 재미를 느끼는 일종의 '펀슈머(fun+onsumer)'의 등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천쌀콘 역시 '펀슈머'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셈이다.
올해 일찍 찾아온 무더위도 이천쌀콘 판매에 도움이 됐다. 4월 말부터 시작된 무더위로 아이스크림을 찾는 소비자가 시장의 예상보다 많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최고 기온이 25℃ 이상이었던 날은 총 19일에 달했다. 역대급 무더위였던 지난해 5월보다도 일주일이 더 많았다. 이마트24가 매년 4월 대비 5월 아이스크림 매출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2017년 37.9%, 지난해 29.5%로 20~30%대 증가율을 기록하다가 올해는 74.2%로 증가율이 크게 높아졌다.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매장에서 구매할 수 없다면 인기 상품이 되기 어렵다. 이마트24는 재고가 떨어지지 않도록 매장 내 취급률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93%까지 끌어올렸다. 이천쌀콘을 사러 온 소비자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은 것은 물론 구매 의사가 없었던 소비자까지 구매하게 만들었다.소비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이천쌀콘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 하단 부분 있는 초콜릿이다. 이천쌀콘에는 일반 콘 아이스크림보다 무려 4배 이상의 초콜릿을 들어있다. 쌀의 담백함과 초콜릿의 달콤함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이마트24의 '2 in 1'(두 가지 맛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상품. 짬짜면, 한 줄에 두 가지 맛 김밥 등이 해당) 전략이 시장에서 통한 것이다.
이천쌀콘의 개발을 주도한 반가운 이마트24 아이스크림 바이어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상품을 선보인다는 게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으니 기쁘다"며 "앞으로도 빙(氷)판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지속 개발해 이천쌀콘의 영광을 이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