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 적은 전자담배는 괜찮다?…문제는 니코틴

출처: 셔터스톡
깔끔한 디자인에 향긋한 냄새까지.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일반 담배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훌륭한 대안이 나타났다는 얘기가 흡연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담배에 붙는 세금을 봐도 그렇다. 담배는 유해성이 클수록 세금을 많이 책정하는데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낮다. 일반 담배는 3323원, 궐련형 전자담배는 3004원인데 쥴 카트리지(니코틴 함량 0.7mL 기준)는 1769원이다. 일반 담배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전자담배는 정말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로울까. 정말 그런지 알아봤다.

코카인보다 중독성 강한 니코틴

담배에는 발암물질인 타르가 포함돼 있다. 타르만 있다면 담배를 피우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주범은 니코틴이다. 니코틴에 중독돼서 타르를 흡입하게 되는 것이다.담배 중독을 일으키는 니코틴은 1828년 독일의 화학자 빌헬름 하인리히 포젤트와 칼 루드비히 레인만에 의해 처음으로 담배 잎에서 추출됐다. 니코틴은 식물성 알칼로이드(질소를 함유하는 염기성 유기화합물)의 일종이다. 신경계에 작용하는 독성을 지니고 있어 식물이 곤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사용한다. 과거에 니코틴이 살충제로 쓰인 이유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다르게 작용한다. 담배 연기를 통해 몸에 들어온 니코틴은 10초 안에 뇌에 도달하면서 쾌감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혈중 니코틴 농도가 줄어드면 분비되는 도파민도 감소한다. 이게 금단증상이다.

니코틴은 가장 중독성이 강한 약물 중 하나다. 미국 공중보건국(USPHS)은 니코틴이 코카인, 헤로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고 발표했다. 니코틴이 중독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니코틴은 독극물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니코틴 원액을 악용한 살인사건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니코틴의 치사량은 1kg당 0.5~0.75mg이다.거의 모든 장기에 영향 미쳐

담배 한 개비당 0.1~0.7mg의 니코틴이 들어 있다. 흡연을 하면 보통 이의 10%가 체내에 흡수된다. 담배 연기를 타고 몸으로 들어온 니코틴은 거의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키어 루이스 영국 스완지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니코틴에 반응하는 수용체는 뇌뿐만 아니라 간, 근육 등 상당히 많은 조직과 장기에 분포되어 있다"며 "니코틴이 미치는 영향의 상당 부분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니코틴은 흡연자의 심장과 심혈관에 부정적인 효과를 준다. 니코틴은 아드레날린 호르몬 분비를 활성화하면서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인다. 니코틴은 심장 박동을 분당 10~20회 늘리고 혈압은 5~10mmHg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호흡기에 미치는 영향은 두 가지다. 니코틴이 폐포에 직접 작용하면 폐포 벽의 신축성을 떨어뜨리고 심할 경우 폐 기종을 유발할 수 있다. 또 기관지를 수축시켜 기도 저항이 높아지면 호흡곤란을 겪을 위험이 있다.

니코틴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면 간접적으로 기관지 수축, 무호흡 등 호흡 변화를 일으킨다. 이는 여러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니코틴을 미세 주입한 뒤 호흡 패턴 변화를 추적한 결과 니코틴이 호흡의 리듬을 얕고 빠르게 바꾼다는 점이 확인됐다.

전자담배도 끊는 게 좋아

타르뿐 아니라 니코틴도 건강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금연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러나 금연은 결코 만만치 않은 목표다.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할 경우 100명 중 3~4명만 성공한다.

흡연기간이 길수록 금단증상은 심해진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전문가 상담, 금연 약물 처방 등 병의원 금연치료는 흡연 욕구와 금단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금연치료제는 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작용해 니코틴 대신 도파민을 지속해서 분비시킨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금단증상은 감소한다. 금연치료제를 복용한 흡연자의 12주 금연 성공률은 33.5%로 혼자 금연을 시도했을 때보다 10배가량 높다.정부도 적극 금연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12주 동안 최대 6번 전문의 상담 및 금연약물 처방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1~2회차에 발생한 본인부담금은 12주 프로그램을 완수하면 전액 환급받을 수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