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고유정 검찰 송치되면서도 '머리카락 커튼' 이용 셀프 비공개

'제주 전 남편 살해' 고유정, 검찰 송치
또 머리카락으로 얼굴 가리고 침묵
전 남편 살해방법에 여전히 함구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 검찰 송치 (사진=연합뉴스)
"머리 한 번만 올려주세요."

'전 남편 살해 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씨는 경찰서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 취재진의 요청이다. 고유정은 12일 검찰에 송치되면서도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완벽히 가리고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제주동부경찰서는 고씨를 살인·사체손괴·사체유기·사체은닉 등 혐의로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고씨는 지난 5일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돼 마스크나 모자 등을 쓰지는 않았지만,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이는 방법으로 스스로 얼굴을 가렸다. 마치 커튼을 내린 듯 얼굴은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다.

포승줄에 묶인 고씨의 오른손엔 흰색 붕대가 여전히 감겨 있었다.피해자 유족들은 고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얼굴을 들라"며 울분을 토했다.

고씨는 경찰 차량으로 이동하는 내내 시선을 땅으로 고정하고 "왜 피해자를 살해했느냐", "범행을 후회하느냐", "아이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 서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주변 CCTV상 외부인 출입 사실이 없고 피의자가 범행 도구를 구입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점, 여객선 내에서 혼자 시신 일부를 유기한 점 등을 볼 때 공범이 없는 단독범행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얼굴 공개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 /사진=연합뉴스
이어 "피의자는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범행 전에 범행과 관련된 단어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했고 범행 도구를 마트와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였으며 시신을 처리하고 범행 현장을 청소한 사실 등에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판단된다"면서 "사전에 졸피뎀을 구입한 사실, 현장에 비산된 혈흔 형태 분석 등을 토대로 종합한 결과 피해자가 수면제를 복용한 몽롱한 상태 또는 반수면 상태에서 흉기로 최소 3회 이상 공격하여 살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이 범행에 약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은 전 남편의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검출되면서 불거졌다.
사용 안 한 범행도구 환불받는 고유정 (사진=연합뉴스)
'졸피뎀'은 고유정의 차량에서 압수한 이불에 묻어 있던 피해자의 혈액에서 검출됐다.애초 국과수에서는 혈액이 미량이어서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의견이었으나 정밀 재감정을 통해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음을 밝혀냈다.

지난달 22일 오후 11시께 제주 시내 한 마트에서 흉기와 종량제 봉투30장, 표백제, 고무장갑 등을 구입했다. 흉기는 청주시 자택에서 발견됐다.

이후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은 범행 이틀 뒤인 같은 달 27일 제주시 한 호텔에서 피해자 휴대전화로 알리바이를 꾸미는 조작 문자를 자신에게 전송했다. 휴대전화는 고씨 차량에서 나왔다.

이튿날 오후 늦게 완도행 여객선을 탄 고유정은 큰 가방에 담아간 피해자 시신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배 위에서 해상에 버렸다. 선박 CCTV 영상에는 고씨가 약 7분가량 봉투에 담긴 물체를 바다에 버리는 장면이 찍혀있다.

여객선 안에서 고유정은 전기톱을 자신의 친정 아버지가 살고 있는 경기도 김포 소재 집으로 주문한다. 톱은 추후 고씨가 살고 있던 청주시 자택에서 발견된다.

경찰은 고씨가 주문한 전기톱을 이용해 피해자 시신을 추가 훼손해 유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곳에서 훼손한 피해자의 뼛조각으로 보이는 사람뼈가 지난 5일 인천의 한 재활용업체서 발견돼 경찰은 DNA 대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유정은 사건 초기 전 남편이 자신을 덥치려다 실패해 도주한 것처럼 완전범죄를 노렸다.

조작문자 내용이 '성폭행 하려한 것 미안하다. 고소는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인 것도 마치 자신에 대해 성범죄를 저지르려다 이에 실패하자 잠적한 것으로 보여지게 하려 했다.

특히 펜션에서 아이가 다른 방에서 게임을 하는 동안 고씨가 전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고씨는 앞으로 제주교도소에서 수사를 맡은 제주지방검찰청을 오가며 조사를 받게 된다.고씨는 지난달 25일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