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에 막혀…네이버, 일본으로 발 돌려

제3 인터넷銀 좌절 배경은

지분 최대 34%까지만 보유 가능
규제 없는 日서 '라인뱅크' 만들어
‘네이버는 왜 일본에서 ‘라인뱅크’를 만들까?’

제3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좌절된 것은 은산분리 규제의 탓이 크다는 비판이 많다.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을 막는 규제가 금융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시각이다. 은산 융합을 택한 일본에서는 10여 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이 혁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 성장한 대표적 기업인 네이버도 인터넷은행 사업지로 일본을 택했다.현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은 인터넷뱅크 지분을 최대 3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이마저도 10% 미만이었던 것을 지난해 완화한 수치다. 반면 일본은 한국보다 10여 년 앞선 2008년 금융청 주도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완화했다. 산업자본의 출자 제한이 풀리면 인터넷은행들은 자본금을 적극적으로 확충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은행과 달리 대주주 사업과 연계한 신사업 분야도 발굴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일본 기업이 인터넷은행 설립에 나선 이유다.

지난해 인터넷 은행업 참여설이 돌았던 네이버가 국내 사업을 포기한 것도 은산분리 규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대주주 보유 지분 규정이 34%로 완화되긴 했지만 독자적인 사업을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일본 미즈호은행과 손잡고 ‘라인뱅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은행 설립을 위한 라인뱅크설립준비주식회사를 세웠다. 라인과 미즈호의지분은 각각 51%와 49%다. 한 은행 관계자는 “네이버가 국내에 탄탄한 고객 기반이 있는데도 일본에서만 사업하기로 한 것은 규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며 “자본 조달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토스뱅크도 은산분리 문제가 없었다면 자본금을 어렵지 않게 확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정치권은 요지부동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열린 제2차 규제혁신토론회의에서 ‘은산분리 완화’의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다. 정부와 여당이 관련 법안을 빨리 처리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아직 국회에 은산분리 규제 관련 법안이 5건 계류돼 있다.■은산분리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는 제도.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다. 단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