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兆 vs 80兆…'대세'가 된 대체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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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는 대체투자 시장‘주식시장은 불안하고 채권은 수익률이 낮고….’
채권은 수익 낮고 주식은 불안
연4~7% 수익 추구 상품 많아
대안 투자처를 찾는 자산가들 사이에서 대체투자 상품이 뜨고 있다. 펀드 설정액이 급증해 처음 160조원을 넘어섰다. 주식형 펀드의 두 배다. 대체투자는 전통적 투자 상품인 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주로 국내외 부동산, 항공기, 선박, 인프라 등이 투자 수단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체투자(부동산+특별자산) 펀드 설정액(12일 기준)은 163조7806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식형 펀드(80조6099억원·사모 주식형 포함)의 두 배 규모다. 2010년 이후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을 흡수하면서 급성장했다. 올 들어서도 17조1317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에서는 4조4864억원이 빠져나갔다. 대체투자액은 2016년 주식형 펀드 규모를 추월한 이후 격차를 더 크게 벌리고 있다.
김승철 KB증권 WM본부 대체상품팀장은 “예·적금 금리가 연 2~3%에 머물고 있는 데다 주식 채권 등 기존 시장이 부진에 빠지면서 대체투자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투자 상품은 연 4~7%대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많다. 높은 변동성을 싫어하는 자산가들의 수요에 부합했다는 평가다.대체투자 대상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의 저작권 음반수입 등을 기반으로 한 매출채권을 유동화한 상품도 출시됐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나 공연장 수입을 담보로 한 구조화 상품도 나왔다. 부동산 관련 상품도 세분화되는 추세다. 예컨대 스타벅스가 입점한 빌딩에만 투자하는 펀드까지 등장했다.
대체투자 펀드는 주로 폐쇄형인 사모펀드 형태로 운용돼 일반투자자에게는 문턱이 높다.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 이상이다. 사모재간접펀드(여러 개 사모 헤지펀드를 편입하는 공모펀드)를 활용하면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지만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빌딩 쇼핑, BTS·탄소배출권 투자…돈 되면 어디든 '쩐의 大이동'“방탄소년단(BTS)에 투자하세요.”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4월 BTS, 블랙핑크 등 한류 아이돌의 저작권, 음반수입, 공연티켓 등 미래 예상 매출을 담보로 1년간 돈을 빌려주고 연 6%대 수익을 얻는 투자 상품을 선보였다. 서울 강남에 있는 영업점 단 한 곳에서만 판매했지만 목표 설정액 255억원어치가 하루 만에 모두 팔렸다. 박재민 신한금융투자 상품기획팀장은 “작년 처음 출시했을 때 반응이 좋아 올해는 규모를 늘렸다”고 말했다.
뮤지컬·돼지고기·탄소배출권 등 다양자산가들 사이에서 대체투자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손실 위험이 작지 않은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상품보다 안정적으로 ‘예금금리+α’를 줄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투자 대상과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KB증권은 부산 엘시티 분양대행수수료를 담보로 한 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출시했다. 연 수익률은 6% 정도다. 서울 잠실과 도곡 두 지점에서만 팔았지만 하루 만에 모두 마감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라이온킹, 오페라의 유령 등 뮤지컬 공연의 매출채권, 돼지고기 수입 및 판매에 따른 채권을 유동화해 판매했다. SK증권은 방글라데시에서 한국 아궁이 형태의 고효율 스토브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탄소배출권을 인정받고 이를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포스코 등 국내 기업에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사업 규모가 커지면 개인 및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펀드도 내놓을 계획이다.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자산가들은 스타트업에 대한 엔젤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원금 손실에 대한 부담도 크지만 그만큼 ‘대박’ 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연간 1000만원까지 전액 소득공제돼 절세 효과도 있다. 안예희 KB증권 도곡스타PB센터 부지점장은 “바이오 기업을 잘 아는 의사들이 모여서 ‘특정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며 증권사를 찾아와 상품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자산가들 ‘최애템’은 역시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부동산 관련 상품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전체 대체투자 상품 중 대출을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상품 비율이 60% 정도로 가장 많다.
상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올해 선보인 AIP KR GREEN 펀드는 삼성SDS타워에 213억원을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기간은 60개월로 6개월에 한 번 연 5.6% 수준의 현금배당을 받을 수 있다. 만기 때는 자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SDS가 2024년까지 장기임차를 맺은 상황이라 안정성이 높아 인기가 많았다고 NH투자증권은 설명했다. 메테우스자산운용은 이번달 스타벅스가 들어가는 건물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한다. 스타벅스가 임차한 기간, 임대수익률 등을 고려해 투자한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1월 동국제약 사옥 개발에 투자하는 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선보였다.
해외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도 많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홍콩더센터 빌딩 인수에 참여한 뒤 선순위대출을 상품화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했다. 330억원 규모의 펀드가 10분 만에 마감됐다. NH투자증권은 덴마크에 있는 오피스 빌딩에 투자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상품 출시가 예고되면 프라이빗뱅커(PB)가 관리하는 고객에게 미리 투자 의사를 물어보고 발매 당일 인터넷으로 접수한다. 원하는 고객이 늘다 보니 정각에 ‘클릭’해도 상품에 가입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PB들은 설명했다. 보통 1억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지만 펀드당 49인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상품은 5억~10억원으로 기준이 높아지기도 한다. 조영숙 신한금융투자 반포지점 PB팀장은 “대체투자 상품이 한 달에 20개 이상 쏟아지고 있지만 투자자의 수요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콧대 높던 헤지펀드 강자도 진출
최근에는 헤지펀드업계의 강자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대체투자 상품을 출시했다. 타임폴리오는 그동안 주식 자산을 이용한 헤지(위험회피) 전략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대체투자에 대한 판매사 요구가 많아지자 지난달 처음으로 대체 관련 펀드 네 개를 출시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판매사들이 주식형 펀드보다 대체투자 상품 발굴을 운용사에 주문하는 사례가 많다”며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판매사 요구가 계속되면서 타임폴리오도 자존심을 낮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공모로도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건물을 매입한 뒤 임대료를 받아 이를 배당으로 나눠주는 공모형 부동산 펀드가 대표적인 예다.
최만수/강영연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