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장 '오만해 유조선 공격' 강력 규탄…안보리 긴급회의

구테흐스 "전세계, 걸프만 대결 감당못해"…美대표부는 '이란 책임' 거론
이란, 美의 '공격 배후' 주장 부인…"건설적 대화로 긴장 해소해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3일(현지시간) 오만 해상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과 관련, "민간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아랍연맹(AL)과 유엔의 협력'을 주제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여부와 책임 소재부터 분명하게 규명해야 한다"면서 "전 세계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걸프지역의 심각한 대립"이라며 중동 지역의 안정을 거듭 촉구했다.

안보리에 참석한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이번 사태에 대해 "위험한 단계"라며 "중동 지역의 안보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안보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와 관련, 안보리는 이날 오후 별도의 비공개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측 요청으로 소집된 이 회의에선 사태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보는 미국 정부의 정세 분석과 관련해 조너선 코언 유엔주재 미국 대사 대행의 브리핑도 있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코언 대사는 안보리 회의 후 이번 사건에 대해 "이란이 국제 평화 및 안보에 제기하는 명백한 위협을 실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그러면서 "안보리에 계속 주도권을 갖고 이 사안을 다뤄달라고 요청했다.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추가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란의 책임 소재를 지적하는 미국 시각은 다른 안보리 회원국들과 공유된 것이 아니라고 유엔 쪽 외교관들은 전하고 있다.미국 외 일부 다른 안보리 회원국은 현재까지 이번 공격을 이란과 연관지을 수 있는 어떤 증거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란도 자국에 책임을 돌리는 미국 측 주장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날 밤 성명을 통해 "중동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무분별하고 위험한 정책을 막아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이어 "현재의 긴장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역내 모든 국가들이 상호 존중과 포용주의, 국제법 기본 원칙 등에 기반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코언 대사가 안보리 비공개 회의 후 이란이 미국과 만나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내놓은 것에 대해선 '선동적'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앞서 중동 시각으로 이날 오전 걸프 해역으로 이어지는 오만 해상에서 노르웨이 선박을 포함한 유조선 2척이 어뢰 공격을 받았다.

피격 유조선 가운데 한척에서는 굵은 검은 연기 기둥이 치솟을 만큼 타격이 컸다.

선원들은 모두 탈출했고, 인근을 지나던 다른 상선에 전원 구조됐다.

지난달 12일에도 오만해에서 유조선 4척을 겨냥한 공격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흘수선(배가 잠기는 선) 부근에서 폭발로 1.5∼3m 정도의 구멍이 났지만, 불이 나거나 선원이 탈출하지는 않았다.

오만해는 원유 수송로이자 걸프 해역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과 이어진다.이란은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맞서 이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