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6개월 연속 마이너스…하반기도 회복 장담 못해

Cover Story - 경상수지 7년 만에 적자

미중 무역전쟁 등 영향…올 수출목표 달성 어려워
우리나라 5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가까이 줄었다. 작년 12월(-1.7%)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다. 국내총생산(GDP)의 44%(지난해 기준)에 달하는 수출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수출은 459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했다. 수출 하락 폭은 지난 3월 -8.3%에서 4월 -2.0%로 축소됐다가 다시 커졌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22억7000만달러 흑자였지만 작년 동월(62억3000만달러)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현재 상황이 엄중하다”며 “총력 대응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반도체 수출 30% 급감

정부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 중국 경기 둔화 등을 수출 부진 이유로 보고 있다. 성 장관은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가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주력 품목’이다. 5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5%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반도체 단가 하락과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구매 부진을 수출 감소의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다. 메모리반도체(D램·낸드플래시)는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떨어지더니 올 5월엔 전월 대비 6.3% 하락한 3.75달러를 기록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4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2016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석유화학(-16.2%) 디스플레이(-13.4%) 무선통신기기(-32.2%) 컴퓨터(-27.2%) 등 부진 품목이 늘었고 수출 감소율은 확대됐다. 정부가 강조해온 5대 유망 소비재(농수산식품·화장품·패션의류·생활유아용품·의약품) 수출 역시 일제히 줄었다. 5대 소비재 수출이 한꺼번에 줄어든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국가별로 보면 대(對)중국 수출 감소가 눈에 띈다. 지난해 기준 한국 수출의 26.8%를 담당하는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 줄었다. 아세안(-4.0%) 유럽연합(-12.6%) 중동(-27.8%) 중남미(-6.7%) 등 주요 시장도 줄줄이 마이너스를 보였다. 수입은 436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다. 원유 가격 하락과 반도체 제조 장비 투자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88개월 연속 흑자를 내온 무역수지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2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5% 감소한 숫자다. 그나마도 가까스로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25일까지 2억7800만달러 적자였다. 2017년만 해도 무역수지 흑자폭은 952억달러에 달했지만 작년 697억달러로 줄어든 데 이어 올 1~5월 130억달러에 그쳤다.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

하반기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미국의 잇따른 대중국 관세 부과로 한국 수출이 총 0.14%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당초 업계는 하락세를 보이는 반도체 가격이 2분기부터 서서히 회복할 것으로 봤다. 반도체 수요가 돌아오고 단가가 오르면 수출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재고 조절을 위해 반도체 구입을 미루고 있는데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반도체 경기 회복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수출 60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매달 평균 500억달러 이상 수출해야 한다. 하지만 올 1~5월 중 이 수준을 넘긴 적은 한 번도 없다. 1~5월 누적 수출액은 2274억달러다.

정부는 수출 총력 대응 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달 소비재 수출 활성화 방안과 디지털 무역 대책에 이어 다음달 수출시장구조 혁신안 및 창업기업 수출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NIE 포인트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보자. 최근 수출이 하락세를 보이는 원인이 무엇인지, 수출 지역과 품목을 중심으로 알아보자. 6개월 연속 마이너스인 수출을 회복시키려면 어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지 토론해보자.

구은서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