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100만' 시위에 '송환법' 보류…"친중파·재계도 반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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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행정장관 "시민 목소리 듣겠다" 한발 물러서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추진 보류를 발표한 것은 100만 홍콩 시민의 반대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자산 이탈에 재계-부유층까지 반대하고 나서
시민단체 "법안 완전 철폐" 요구, 논란 계속될 듯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송환법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 정부가 살인범의 인도를 요청하지 않고 있어 범죄인 인도 법안이 더는 긴급하지 않다"면서 "지난 이틀간 검토 결과 법안 추진의 잠정 중단을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홍콩이 추진하는 송환법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2월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친 홍콩인의 대만 인도를 위해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대만은 민의를 무시한 법안 추진은 원치 않는다며 범인 인도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홍콩은 송환법 강행 의사를 수 차례 밝혔지만 결국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에 무릎을 꿇었다. 이들은 중국이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103만명의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면서 분위기가 극적으로 달라졌다. 주최 측 목표인 50만 명의 두 배에 달하는 시민들이 모이자 홍콩 정부는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난 12일에는 수 만명의 시민이 시위를 벌였는데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 물대포를 동원해 강경 진압하면서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졌다.정부의 지지 기반인 친중파와 재계의 이탈도 이유로 꼽힌다. 친중파 진영을 중심으로 송환법을 연기하고 시민들과 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전직 경제장관, 정무장관, 보완장관 등 전직 고위 관료와 입법회 의원들도 서한을 통해 송환법 철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법안에 중국 법원이 홍콩 내 자산의 동결과 압류를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이 담긴 것도 한 몫했다. 부유층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안전한 금융 투자지로 꼽혔던 홍콩 정부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재계에서도 반대가 나오기 시작했다. 유명 재벌이 홍콩 은행에 있던 상당 수의 돈을 싱가포르로 옮겼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다만 캐리 람 장관이 이날 법안 철회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법안 추진을 보류할 뿐 철회는 아니다"며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데 있어 일정표를 제시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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