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이제야 참전용사들 기려 미안한 마음…평화 밑거름"

스웨덴 한국戰 참전비 제막식 참석…"세계 평화 위해 노력할 것"
답례 문화행사 전통음악·K팝 관람…왕궁 환송행사도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오후 수도 스톡홀름의 유르고덴 공원에 마련된 한국전 참전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했다.기념비는 한국전쟁 때 파견된 의료지원단 일원으로 국군과 연합군은 물론 전쟁포로와 민간인까지 헌신적으로 치료한 스웨덴 참전 용사들을 기리고자 조성됐다.

▲ 제막식에는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 내외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자 인류의 구성원으로서 깊은 존경심을 안고 여러분 앞에 섰다"며 "한국전쟁 시작 70년이 돼 가는데 이제야 참전비를 세우고 정신을 기리게 돼 참전 용사들과 그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부산의 한 상업고에서 문을 연 스웨덴 적십자병원은 전쟁 중의 한국에 가장 먼저 의료 도움을 줬고, 정전 후에도 가장 오래도록 남아 활동했다"며 "지금 부산은 한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가 됐고, 대한민국은 전쟁·질병·가난으로부터 고통받는 나라들을 돕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성취의 밑바탕에는 스웨덴 의료지원단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지금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유르고덴 공원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또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세계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은 스웨덴과 함께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생존해 계시는 (스웨덴) 참전 용사는 50여분뿐인데, 그분들께 평화로운 한반도를 꼭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고령 참석자들에게는 허리와 무릎을 굽혀 눈을 맞추고 악수를 하기도 했다.

군나르 페르손 스웨덴 참전협회장은 기념비 건립 보고를 하며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스웨덴 참전용사의 인도주의적 실천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헌신,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고자 기념비를 건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참전용사인 롤란드 프리드(92) 씨는 취재진을 만나 "한국에 갔을 때는 24살이었는데, 당시 한국 사람들이 낚시를 해서 먹을 것을 구하던 장면이 기억난다"며 "한국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다.

지금도 집에 태극기를 걸어두고 매일 보고 있으며, 한국의 발전상을 볼 때마다 감사와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참전비 근처에는 현지에서 '한국나무' 라고 불리는 구상나무가 눈에 띄기도 했다.

구상나무는 울릉도에서 유래한 종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후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 부부와 함께 스톡홀름 뮤지칼리스카 공연장에서 열린 '답례 문화행사'에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전통악기 공연팀인 '강은일 해금플러스'와 아이돌 그룹 AOA의 공연 등이 진행됐다.이어 문 대통령은 왕궁 환송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스웨덴 국빈방문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