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법은 '국민 수준 사회보장'인데…건보료 책정엔 차별 소지

저소득층 난민, 7월부터 건보료 대폭 상승…내국인과 기준 달라
인권위, 복지부에 시정권고 검토…복지부 "보장은 우리 국민과 동등"
난민으로 인정받아 국내에 체류하는 A씨는 그간 매달 1만원가량 내던 건강보험료가 내달부터 8만원으로 크게 오른다는 말을 들었다.지난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이 바뀌면서 오는 7월부터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된 외국인 체류자는 대한민국 국민과 다른 보험료 부과방식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에서 직업을 구하지 못해 소득이 없는 A씨에게는 이런 변화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 난민의 날(20일)을 앞둔 16일 난민 관련 제도를 살펴본 결과 새로 시행되는 건강보험 제도에 일부 난민 차별적 요소가 있어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응을 검토 중이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중 지역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책정 기준은 본인 소득과 재산이다.

그러나 외국인은 오는 7월부터 이와 다른 기준을 적용받는다.

본인 소득과 재산에 따라 책정된 보험료를 전년도 건강보험 전체 가입자 평균보험료(11만3천50원)와 비교해 둘 중 더 높은 금액이 보험료로 부과된다.그나마 A씨는 난민 인정자여서 전년도 평균보험료에서 30%를 할인받는다.

문제는 난민법 제31조에 '난민으로 인정돼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고 명시됐음에도 건보료 책정과 관련해서는 난민에 대한 기준이 한국민과 다르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외국인과 내국인의 보험료 산정 방식을 차등하기로 할 당시 영주권자(F-5)나 결혼이민(F-6) 체류 자격자에게만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난민 인정자는 여기에 포함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난민에 대한 차별이라고 보고 복지부에 시정을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이러한 제도 변화가 차별이라는 진정 사건도 들어와 차별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 보장에서는 우리 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고, 산정 방식은 우리 국민들도 상황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아 특별히 난민이 차별받는다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와 같은 저소득 난민이 건보료 급등으로 부담을 안는 사례가 생길 수 있어 복지부도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난민이 건강보험과 관련해 받는 차별적 대우는 또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세대주가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하면 한 집에 사는 부모나 형제, 자녀 등 다른 세대원은 별도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난민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만 가족으로 인정돼 부모나 형제, 성인 자녀는 한집에 살아도 따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런 차별도 가족으로 등록할 수 있을 때나 겪는 일이다.

난민들이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아도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받기조차 어려운 사정이 많다.

난민 인정자인 B씨는 또 다른 난민 인정자인 현재 남편을 한국에서 만나 혼인신고를 하려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B씨에게 "본국 대사관에서 미혼 증명서를 받아오라"고 요구해 결국 혼인신고를 포기했다.

본국에서 박해를 받아 한국에 정착한 난민에게 본국 대사관에서 서류를 받아오라는 요구는 무리라는 것이 난민 지원단체들의 지적이다.

한국에 본국 대사관이 없는 난민들은 서류 하나를 받으려 해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다 보니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출생신고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거주하는 난민은 자녀를 낳으면 부모의 국적국 대사관에서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불이익이 우려돼 대사관 출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국내에 대사관이 없는 난민은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워 자녀가 무국적자로 남는 경우도 있다.

자연히 각종 사회보장 서비스나 의무교육 대상이 되지 못해 태어날 때부터 각종 차별을 받는다.한국이주인권센터 박정형 활동가는 "난민들이 건강보험이나 가족 구성에서 한국인과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며 "각종 서류 증빙이나 출생신고 등에서도 난민의 특수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