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죽음의 계곡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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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3
박미경 <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mkpark@forcs.com >창업한 기업 대부분이 겪는 어려운 시기가 있다. 일명 ‘죽음의 계곡’이라고 한다. 창업 시장에는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사라진 수많은 기업 이야기가 전해진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기술 창업도 예외는 없다. 많은 기업이 기술 개발에 성공한 뒤 사업화 단계에서 첫 번째 죽음의 계곡을 만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이다.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도 실질적인 매출로 연결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예정된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자금이 고갈되면 기업은 버티기 힘들다. 죽음의 계곡을 만난 많은 기업은 돈과 희망을 모두 날리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간신히 죽음의 계곡을 넘어간 기업은 도약 단계로 들어간다. 힘든 과정을 거쳐 조금씩 매출이 증가하고 사람들의 입에서 제품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한다. 어렵게 역경을 이겨낸 기업은 이제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을까? 작은 성공을 맛본 뒤 안정됐다고 느낄 때 위기는 다시 찾아온다.
계속 성장할 것만 같았던 기업은 시장의 새로운 경쟁자들을 만나 매출 정체 위기를 맞는다. 조직이 갑자기 커진 탓에 사람 관리도 어렵다. 소통과 협업 대신 여러 인사관리 문제에 부딪히면서 내부 구성원의 갈등이 시작된다.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은 영업, 매출, 비용 관리에도 구멍이 생긴다.
즉 기업이 두 번째 죽음의 계곡을 만난 것이다. 쉽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몇 년간 그 속에서 허우적대며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 이런 죽음의 계곡을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외부 환경은 항상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경기 불황이나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은 늘 있는 것이다. 경쟁이 있어야 우리 제품도 발전할 수 있다. 이제 외부 환경을 탓할 것이 아니라 조직 내부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들이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서로 협동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에 적합한 시스템을 검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구성원 간 효율적인 소통이 가능해지고 영업 프로젝트나 매출, 원가 관리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분석을 통한 업무 개선도 가능할 것이다.
죽음의 계곡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 있는지도 모른다. 기술 발전은 빠르고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새로운 경쟁자는 더 빠르게 나타나고 고객의 요구는 갈수록 높아진다. 한 시대를 주름잡던 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 오늘의 성공이 내일을 보장하지는 않는 것은 자명하다. 지속적인 성장은 늘 위기감을 가진 채 혁신하고 도전하는 기업에만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