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가 허용순 "완벽 추구하는 인간의 불완전함, 몸짓에 담았죠"

신작 '불완전하게 완전한' 올리는
안무가 허용순

대한민국발레축제 유일한 초연작
29,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유니버설발레단과 협업해 선보여
“모나코왕립발레학교에서 문훈숙(유니버설발레단 단장), 김인희(전 서울발레시어터 단장)와 함께 세계적인 발레리나를 꿈꾸던 게 바로 어제 같습니다. 그런데 벌써 해외 생활을 한 지 40년입니다. 여한 없이 춤을 췄고 안무를 한 지도 어느새 20년이네요. 한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사랑하고 계속 발전하는 안무가가 되고 싶습니다.”

독일에 머물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안무가 허용순 뒤셀도르프발레학교 교수(55·사진)는 강수진(국립발레단 단장), 문훈숙, 김인희 등과 함께 유럽 발레 유학 1세대로 꼽힌다. 1980년 모나코왕립발레학교로 유학을 갔고 198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레단에 입단했다. 스위스 취리히, 바젤발레단을 거쳐 독일 뒤셀도르프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약했다. 2001년 ‘그녀는 노래한다’라는 작품으로 안무가로 공식 데뷔한 이후 세계적인 발레 컴퍼니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무용수들의 신체적인 특징을 극적으로 살려내는 세련된 안무로 정평이 나 있다.
허 교수는 18일 개막하는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신작 ‘불완전하게 완전한(Imperfectly Perfect)’을 유니버설발레단과 협업으로 선보인다. 이 작품은 오는 29일과 30일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마이너스 7’과 함께 폐막작으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번 축제 출품작 중 유일한 초연작이다.

허 교수는 3년 전에도 대한민국발레축제 기획공연에 초청받아 미국 툴사발레단이 초연한 ‘콘트라스트(Contrast)’와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초연한 ‘디 엣지 오브 더 서클(The edge of the circle)’을 무대에 올렸다. 16일 서면으로 만난 그는 “주로 외국 컴퍼니와 작업해왔기에 고국에서 한국 발레단과 협업한 작품을, 그것도 초연으로 선보이니 더 뜻깊은 무대”라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그가 안무한 ‘브레스 오브 엔젤(Breath of an angel)’과 ‘디스 이즈 유어 라이프(This is your life)’를 레퍼토리로 갖고 있다. 하지만 신작을 함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 준비는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독일에서 활동 중인 원진영과 사울 베가 멘도자, 마리오 엔리코 디안젤로 등 유럽 무용수와 유니버설발레단의 강미선,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등이 유럽과 한국에서 따로 연습해야 해서다. 게다가 유니버설발레단은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하는 ‘백조의 호수’ 일정 때문에 대한민국발레축제 폐막 3일 전에 한국에 도착한다. 그는 “결국 공연 이틀 전에 두 팀이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며 “작품 제목처럼 ‘Imperfectly Perfect’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번 작품에서 그는 “끊임없이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여전히 완벽하지 않은 우리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사랑할 때 그 안에서 자유를 얻게 되죠. 완벽해 보이는 한 커플이 그들만의 문제로 고뇌하는 모습과 완벽하지 않은 것을 마주한 사람들의 반응을 그렸습니다. 인생의 대부분을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보낸 저의 ‘외로운 방랑자 오디세이’이기도 합니다.”

허 교수는 대한민국발레축제 공연을 올린 뒤 도르트문트 인터내셔널 갈라에 초청작을 올리고 이어 수원발레축제에도 참여한다. 그런 와중에 무대에도 무용수로서 직접 선다. 오는 9월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공연하는 뒤셀도르프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에서다. “뒤셀도르프 예술감독인 마르틴 슐랩퍼의 부탁으로 오데트의 계모 역을 맡게 됐거든요. 어떤 자리, 어떤 역할로든 관객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 작품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