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 '중국 돼지' 썼다가…中 금융사와 거래 끊긴 UBS

중국 언론·SNS서도 항의 빗발
UBS "전적으로 사과" 진화나서
스위스 은행 UBS가 중국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중국 금융회사들로부터 보이콧을 당하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 14일 중국 3대 증권사 중 하나인 하이퉁국제증권의 린융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위챗 계정과 사내 이메일을 통해 하이퉁국제증권 글로벌 사업부가 UBS와의 모든 협력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홍콩 내 124개 중국계 금융회사가 모인 홍콩중국계증권업협회(HKCSA)도 ‘UBS 보이콧’을 선언했다. HKCSA는 UBS 이사회에 공개서한을 보내 중국인 비하 발언을 한 이코노미스트를 해고하고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중국 증권사 등은 UBS가 지난 12일 이메일 등을 통해 배포한 보고서를 문제삼고 있다. 폴 도너번 UBS 글로벌자산관리부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와 자신의 팟캐스트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중국 소비자 물가가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쓴 단어가 구설에 올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관련 용어에 쓰이는 ‘swine’ 대신 ‘pig’를 써서다. 도너번은 보고서에서 “중국 소비자 물가가 상승한 주요 이유는 병에 걸린 돼지들”이라며 “당신이 만약 중국 돼지(Chinese pig)이거나 중국에서 돼지고기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 중요한 일이겠지만, 중국 밖 다른 나라엔 별문제가 아니다”고 썼다.

중국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이 표현이 중국 비하 발언이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중국인들을 ‘중국 돼지’로 표현했다는 얘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도너번이 중국 물가상황을 분석하는 보고서에서 불쾌하고 인종차별적인 단어를 썼다”고 비판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중국인을 모욕한 자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 같은 일이 또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UBS는 진화에 진땀을 빼고 있다. 도너번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문화적으로 부적절한 단어를 쓴 것은 실수이고, 악의는 없었다”며 “오해에 대해 전적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UBS는 지난 14일 “도너번에게 회사가 이 문제를 검토하는 동안 휴직하도록 권고했다”며 “조치 여부는 검토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팟캐스트도 삭제했다. UBS는 “이번 발언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보고서는 ‘돼지고기’ 값으로 인해 소비자 물가가 올랐다는 것을 전달하고자 한 것”이라는 공개서한도 발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