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핀란드로부터 배우는 스타트업 성공비결

학생들, 창업생태계 자발적 조성
정부·산학연, 활발한 지원·협력
규제없는 연구개발 환경도 '한몫'

권평오 < KOTRA 사장 >
노키아의 위기를 스타트업의 기회로 승화시킨 핀란드만큼 극적인 반전을 이룬 나라도 드문 것 같다. 핀란드 경제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절대강자이던 노키아의 쇠퇴로 수년간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앵그리버드, 클래시오브클랜처럼 세계적으로 히트 친 모바일 게임과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에 힘입어 최근에는 2%대 중반의 탄탄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핀란드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 수준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한 나라로 통한다. 비결이 뭘까. 핀란드가 처음부터 스타트업 강국은 아니었다. 노키아 위기로 인한 대량 실직과 많은 스타트업의 성공 스토리가 창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벤처캐피털 등이 활성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다. 무엇보다 대학생 등 청년의 자발적인 창업 생태계 조성 활동을 꼽을 수 있다. 대표 사례로 2010년 알토대 학생들이 조직한 알토에스(AltoES)가 있다. 비영리 단체인 이곳은 매년 11월 열리는 유럽 최대 스타트업 페스티벌 ‘슬러시(SLUSH)’와 핀란드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액셀러레이터인 ‘스타트업 사우나(Startup Sauna)’를 운영하면서 창업 생태계 및 문화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이처럼 자생적으로 운영되는 창업 프로그램을 뒷받침하는 역할은 공공부문이 맡고 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이 학생 및 기업 등 민간부문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으로 육성해나간다.

노키아 쇠퇴 후 퇴직자 및 창업 희망자 등을 대상으로 공공 및 민간부문이 협력해 창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키아 테크노폴리스 이노베이션 밀’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노키아가 미활용 기술을, 테크놀로지센터 운영사인 테크노폴리스가 사업모델 개발을, 국가기술청(TEKES)이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력체계를 구축해 그동안 수많은 스타트업의 성공을 뒷받침해왔다.

글로벌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인구 550만 명의 작은 내수시장과 유럽 외곽에 있는 지리적 한계도 스타트업을 성공의 길로 이끄는 요인이다. 핀란드 정부는 스타트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따로 운영되던 스타트업 발굴 및 연구개발(R&D) 지원(TEKES)과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및 투자유치 지원(Finpro) 기능을 통합해 작년 1월 원스톱 지원기관인 ‘비즈니스 핀란드’를 출범시켰다.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 때 동행한 필자는 현지에서 만난 첨단 인공위성(SAR) 제작 스타트업(ICEYE)에 성공 비결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규제 없는 자유로운 연구개발 및 상용화 환경”이었다. 핀란드의 이런 스타트업 육성전략은 우리가 당면한 저성장 및 청년실업 등의 문제 해결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 북유럽 순방 중 열린 ‘한·핀란드 스타트업 서밋’도 스타트업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양국이 협력기반을 다지는 좋은 기회였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가 필수다. 핀란드만큼 스타트업 생태계를 잘 갖춘 나라도 드물다. 이번 순방 기간 양국은 헬싱키에 코리아스타트업센터(KSC)를 설치하기로 합의하고, 비즈니스 핀란드와 한국의 창업진흥원 및 KOTRA가 양국 스타트업 간 협력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앞으로 헬싱키 KSC와 세 기관 간 협력 MOU를 토대로 우리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활성화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