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로 1억 빠졌다'던 일산 아파트, 실거래가 들여다보니

약세 아파트 낙폭 500만∼3000만원, 변화 없거나 되레 오른 경우도 여럿
고양·일산 아파트매매지수 하락률, 발표 전 수준으로 축소
3기 신도시로 고양 창릉 지구가 발표된 이후 인근의 대표적 기존 신도시 일산 주요 아파트의 거래가격은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을까.아직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표본이 충분하지 않지만, 3기 신도시 발표(5월 7일) 한달여 후 지금까지 공개된 실거래가 통계만 보자면 일단 아파트 가격이 일률적으로 크게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격이 약세인 경우의 낙폭도 적게는 500만원, 층별 가격 차이를 무시해도 최대 3천만원 정도 수준이었다.

3기 신도시 소식에 주민들의 공급 과잉, 집값 하락 우려가 커지며 일각에서 제기되던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일산아파트 호가가 1억원이나 떨어졌다"는 주장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더구나 3기 신도시 발표 전후로 큰 가격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값이 오른 아파트도 적지 않았다.

◇ 일률적 급락 없어…개별 거래따라 수백∼수천만원 내리거나 올라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그동안 대표적 호가 하락 단지로 언급되던 주요 일산 지역 아파트들 가운데 3기 신도시 발표(5월 7일) 이후 계약된 실제 매매가격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신도시 발표 전후를 비교할 수 있는 매매 건을 보면, 예를 들어 고양 일산서구 가좌동 가좌마을 7단지 꿈에그린(전용면적 161㎡)은 3기 신도시 발표 뒤 5월 11일 4억9천500만원(15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이는 발표 전 같은 평수 매매가 5억원(4월 27일·20층)과 비교해 500만원 낮은 수준이다.

고양 일산동구 풍동 숲속마을 9단지(122㎡)의 경우, 발표에 앞서 4월 5일 4억2천500만원(17층)에 팔리다가 발표 후 5월 20일에는 역시 500만원 싼 4억2천만원(18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4월 6일 4억6천만원(84.93㎡·5층)에 거래된 일산동구 마두동 강촌마을(라이프) 아파트는 6월 1일 4억3천만원(2층)에 계약됐다.3천만원 싼 가격이지만 저층(2층) 매물이라는 점에서 직접 비교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같은 동구 백석동 백송마을 대림 아파트(58.74㎡)의 경우 4월 18일 매매가격이 2억7천250만원(10층)이었다가, 5월 13일과 21일 3건의 거래가 2억9천만원(8층), 2억6천800만원(9층), 2억7천500만원(9층)에 성사됐다.

개별 거래에 따라 많게는 1천750만원 올랐거나, 450만원 정도 떨어졌기 때문에 시세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백송마을 두산 아파트(71.28㎡)는 발표에 앞서 5월 4일 3억2천500만원(10층) 매매됐지만, 발표 후 6월 2일에는 2천800만원 싼 2억9천700만원(13층)에 계약이 체결됐다.

하지만 역시 발표 전인 4월 3일 13층의 매매가(2억9천만원)와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고양 일산서구 덕이동 일산파밀리에 2단지(129㎡)는 4월 한 달과 3기 신도시 발표 직전인 5월 1일까지 4억3천300만∼4억7천700만원 범위에서 매매가 이뤄졌다.

5월 7일 3기 신도시 입지가 공개된 이후로는 9일, 13일, 19일 세 차례에 걸쳐 4억7천400만∼4억7천700만원에 팔렸다.

매매 최고가만 보자면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가격이 오른 경우도 있었다.

고양 일산서구 탄현동 두산위브더제니스(120.78㎡)의 경우 4월 1일 8억4천만원(55층)에 거래되던 것이 5월 14일, 17일, 27일에는 각 8억9천100만원(48층), 8억9천100만원(48층), 8억6천500만원(22층)에 계약이 이뤄졌다.

신도시 발표 후 2천500만∼5천100만원 정도 오른 것이다.

일산동구 백석동 일산요진와이시티(84.49㎡)의 매매가는 4월 21일 6억3천700만원(20층)에서 5월 11일 6억7천만원(15층)으로 3천300만원 올랐다.
◇ 일산 동구 주간 매매가 변동률, 신도시 발표 직후 -0.19%에서 한달만에 -0.1%로
한국감정원이 조사·분석,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변동률 추이에서도 3기 신도시 발표의 영향은 우려한 만큼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발표(5월 7일) 직후인 5월 둘째 주 고양 전체 매매가는 직전 주보다 평균 -0.11% 떨어졌다.

이는 발표 전 5월 첫째 주 하락 폭(-0.07%)보다 0.04%포인트(P) 더 높은 것으로, 일산을 포함한 고양 아파트 시장의 매매 심리가 3기 신도시 발표로 다소 위축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같은 주(5월 둘째 주) 고양 세부 지역별 하락률은 ▲ 덕양 -0.06% ▲ 일산동구 -0.1% ▲ 일산서구 -0.19%로, 첫째 주 증감률 대비 변동폭은 각 0.03%P, -0.08%P, -0.11%P였다.

하지만 하락률 자체가 높지 않은 데다, 같은 주 전체 경기도 하락 폭(-0.10%)을 고려하면 고양(-0.11%)만 유독 특별히 더 많이 떨어졌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수치다.

더구나 이후 하락 폭도 줄어드는 추세다.

가장 최근 조사 결과인 6월 둘째 주 고양 아파트 매매지수 증감률(직전주 대비)은 -0.1%로 집계됐다.

세부 지역별 변동률은 ▲ 덕양 -0.1% ▲ 일산동구 -0.09% ▲ 일산서구 -0.1%로, 신도시 발표 직후(5월 둘째 주)와 비교해 하락 폭이 덕양만 0.04%P 높아지고 동구와 서구는 각 0.01%P, 0.09%P 떨어졌다.

발표 직전인 4월 다섯째주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고양·일산 외 부천(중동), 파주(운정), 인천 서구(검단) 등 다른 기존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3기 신도시 발표를 전후로 아예 거의 변화가 없었다.

부천 대장동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됐지만, 부천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발표 직후(5월 둘째 주) 직전 주보다 0.02% 하락했다.

일산보다 서울로부터 더 거리가 멀어 논리적으로는 고양 창릉 신도시의 충격이 더 커야 할 파주의 하락률도 0.07% 정도로 이전 추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인천 서구의 하락 폭(-0.08%)은 직전 주(-0.03%)보다 0.05%P 다소 커졌지만, 6월 둘째 주 현재 하락률이 -0.02%까지 낮아진 상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3기 신도시 발표 직후, 특이하게 일산 지역만 집중적으로 '공급 증가 부담' 피해 지역으로 언급되면서 일산 일부 지역의 매매 심리가 실제로 위축되고 호가가 다소 떨어졌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 거래된 가격은 '1억 하락' 등의 소문과는 거리가 있고, 아직 3기 신도시의 준공 시점이 많이 남은 데다 고양·일산 등 교통망 확충 계획도 있어 매매 심리도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