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공무원-건설업체 '검은 커넥션'…퇴임 후엔 평가 맡은 곳 재취업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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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가보다 기술평가 비중 높아국내 도급순위 10위권의 A건설회사는 올해 초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토목 기술형입찰 영업조직’을 해체했다. 조달청으로부터 공공 공사를 따내면 수천억원의 매출을 낼 수 있지만 사실상 영업을 접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회사들이 워낙 많아 정도경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최고경영자(CEO)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실제 조달청 한국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등 대규모 관급공사의 발주처 공무원, 직원들이 부당이익을 챙기고 특혜를 주다 적발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조달청이 구설에 오르는 사례가 잦다. 기술평가를 위해 조달청 공무원들이 내부 심의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평가의 객관성이 결여되고 있어서다. 퇴임 후 자신들이 심의했던 민간 건설사에 취직하는 사례도 다반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2014~2018년 조달청에서 심의위원을 지낸 뒤 민간 건설사에 재취업한 인원만 13명에 이른다.권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조달청 기술자문위 설계심의분과위원을 지낸 관료들이 G사, P사 등 기술형 입찰 수주 상위 5위 기업에 집중적으로 재취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이 자회사나 특수목적법인에 들어가 일하면서 서로 내통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심의위원으로 참여한 조달청 공무원들이 퇴직 후 높은 점수를 준 건설사에 재취업하는 것은 오랜 관행”이라며 “현직 관료들은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이런 관행을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관료들, 심의 때 후한 점수 주고
민간건설사 취업 관행 잇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일성으로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달 해양수산부에서 발주한 ‘울산 신항 남방파제 공사’를 수주한 P사는 국토교통부 고위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에게 금품을 건넨 정황이 포착되면서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한 공기업 임직원 4명은 금품을 받고 신도시의 보도블록 설치 등의 수주를 도운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이 같은 뿌리 깊은 유착관계에 대해 전문가들은 “평가내용을 제3의 단체가 참관하거나 내용을 모두 공개하는 등 입찰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