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실패 예고된 성동조선 매각

황정환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jung@hankyung.com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 성동조선해양 매각 시도가 결국 무산됐다. 인수합병(M&A)업계에선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수주가 끊긴 성동조선을 수천억원을 들여 인수할 투자자를 찾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 실패를 노조의 입김에 휘둘린 정치권과 중형 조선산업에 대한 뚜렷한 비전 없이 매각을 추진한 정부의 무능이 낳은 ‘인재(人災)’로 보고 있다.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동조선은 당시 1200명이던 인력을 400명 수준으로 줄이는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성동조선 법정관리를 결정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었다. 하지만 김경수 경남지사를 비롯한 지역 정치권과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인력 감축은 800명 선에서 멈췄다. 이는 세 차례에 걸친 매각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인수후보 중에는 자금과 영업력을 두루 갖춘 해외 투자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고용 문제를 이유로 인수 의사를 접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수주 잔량이 아예 없는 성동조선을 정규직 직원 800명까지 안아가며 사들일 투자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 차원의 비전이 명확하지 않았던 것도 인수자들이 등을 돌린 이유다. 중형 조선업이 존속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정부 내 합의가 없다 보니 신규 수주에 꼭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인수후보들에게 약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장 난 시계를 팔면서 수리는 못 해준다고 하는 격”이라고 했다. 한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는 채권단의 안정적인 RG 발급 요구가 거절되자 바로 인수의사를 접었다는 후문이다.성동조선의 앞날은 ‘시계 제로’다. 일각에선 수의계약을 맺어 인수자를 확보한 뒤 공개매각을 추진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의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미 세 차례 시도에서 차가운 투자심리를 확인한 이상 청산 절차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확고한 구조조정 철학을 공유하고 시장 논리에 따라 절차를 진행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