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대기업 퇴직 임원 연결…"윈윈 고용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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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매칭 플랫폼 '탤런트뱅크'를 아시나요크레텍책임은 국내 최대 공구유통기업이다. 매출 4500억원, 직원 수 700여 명의 이 중견기업엔 고민이 있었다. 85명 수준의 영업인력이 매달 각각 1000~2000통에 달하는 전화 상담을 하고 있어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1대1 심층 인터뷰 거쳐 등록
입소문 타고 1000명 인력 확보
크레텍책임은 대기업 퇴직 임원 인력풀을 확보하고 있는 탤런트뱅크에서 해답을 찾았다. 삼성에스원에서 고객관계관리(CRM)를 담당했던 김경탁 전 대표가 1주일에 2~3일씩 총 7주간 근무하면서 크레텍책임에 노하우를 전수했다. 컨설팅 비용은 하루 30만원 선.강중구 크레텍책임 이사는 “사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어 다른 경영 컨설팅도 추가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출시 1년 만에 인력풀 1000명 확보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의 사내벤처인 ‘탤런트뱅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선보인 뒤 1년 만에 1000여 명의 시니어 전문가 풀을 확보했다. 시니어 전문가와 중소기업의 연결이 성사된 건수도 누적기준 400건을 돌파했다.조영탁 휴넷 대표(사진)는 “서비스를 한 번 이용해 본 기업이 다시 의뢰하는 비율이 60%가 넘는다”며 “기존 고객이 다른 기업을 연결해주는 등 입소문을 타면서 인력매칭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탤런트뱅크는 대기업 퇴직 임원을 중소기업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정직원 고용이 아니라 프로젝트별로 협업하는 구조다. 조 대표는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지낸 고급 인력을 교육하려면 오랜 기간 큰돈이 든다”며 “하지만 퇴직과 동시에 이들의 노하우와 능력을 썩히게 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서비스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검증된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경쟁 사업자와 다른 탤런트뱅크만의 강점이다. 탤런트뱅크의 인력풀에 등록하기 위해선 A4용지 1~2장 분량의 이력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탤런트뱅크의 프로젝트매니저가 지원자를 직접 만나 1시간가량 지원자가 기업에서 담당했던 업무,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점검해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인재풀에 등록시킨다.中企-시니어은퇴자 상호 ‘윈윈’
전문가와 중소기업의 계약 형태는 다양하다. 월별로 고정급을 지급할 수도 있고, 시간별로 임금을 책정할 수도 있다. 협의 방식에 따라 성공보수를 지급할 수도 있다. 탤런트뱅크의 수수료는 전문가로부터 15% 안팎, 기업으로부터 10% 안팎 수준이다.중소기업은 전문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고용유연성도 높일 수 있다. 은퇴 전문가는 사회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 반응이 좋다. 조 대표는 “인력풀에 참여한 전문가들에게 등록 이유를 물었더니 ‘사회에서 역할을 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며 “직장을 떠나 은퇴 후 삶에 연착륙하려는 사람들이 탤런트뱅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내벤처로 출범한 탤런트뱅크는 빠르게 성장하면서 올해 말 목표로 분사를 준비하고 있다. 서비스 대상 기업을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