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임금 근로자 부담 늘리는 최저임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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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욱 < 日 니혼대 경제학부 교수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지출을 늘리지 않아도 돼 정치적으로 인기가 높은 정책이다. 일본도 최저임금을 꾸준히 높여왔다. 그 효과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공감대를 이룬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부분은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것이다. 김대일·이정민 서울대 교수의 연구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온 데 비해 오상봉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연구는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공감대를 이룬 부분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누군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미국 영국 일본에서 이뤄졌다. 실증연구 결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에 대해 △기업의 이익 축소로 기업이 부담하는 경우 △미국의 레스토랑처럼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경우 △교육훈련이나 의료보험 같은 노동비용 이외의 부분을 삭감해 노동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고, 노동자에 대한 교육투자 같은 부가혜택이 줄어들면 성장잠재력이 떨어져 고용창출력이 낮아진다. 따라서 저임금 노동자를 살리기 위해 단행한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을 줄이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한계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기 때문에 경제 전체의 효율성은 높아지지만 그 기업에 종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직접적 피해를 당한다.
한국처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일자리안정자금같이 정부가 부담하는 경우에는 국민 전체의 증세 부담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득 증가 효과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서 최저임금 인상 후 저소득 계층의 소득이 더 낮아졌다는 결과는 역설적이게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을 저임금 노동자가 부담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자연법칙인 것처럼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이 경제법칙이다. 시장의 법칙과 원리에 따른 경제정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