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脫원전을 추동해 온 오인과 착각

"전기요금 올리고 ㏜배출 늘리는
'원자력 말살' 거짓 선동 멈추고
최고 경쟁력 원전생태계 살려야"

주한규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지금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탈(脫)원전 정책은 2년 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당시 문재인 대통령 연설을 기반으로 한다. 그때 탈핵국가 출발 선언과 아울러 탈원전 정책의 대강이 공표됐다. 그런데 그 연설에는 원자력 안전에 관한 사실을 오인한 내용이 여럿 포함돼 있었다. 탈원전 정책의 근거부터 잘못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직접 원인을 지진으로 잘못 인식해 경주 지진과 연관 지은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1368명에 이르며, 방사능 영향으로 인한 사망자나 암환자 수는 파악조차 불가능하다고 본 것도 중대한 오인이었다. 원전 수명 연장을 ‘세월호’ 선령 연장에 비유한 것은 착각이다.후쿠시마 사고의 직접 원인은 쓰나미였다. 만약 후쿠시마 원전이 쓰나미 범람 피해만 당하지 않았더라도 일본 동해안의 다른 4개 부지의 원전처럼 안전했을 것이다. 지진으로 인해 외부 전원이 차단돼도 자체 디젤 발전이 유지돼 정상 관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탈원전론자들은 이 사고의 원인을 지진으로 착각해 경주 지역의 지진 위험성을 부각시켰다. 이로 인해 신고리 4호기 인허가 과정에서 무리한 지진 대비책을 요구하며 준공을 1년 이상 지연시켰다. 준공 지연으로 인한 한국수력원자력의 손실은 1조원이 넘는다.

지금까지 50여 년간 세계 620여 개 원전은 누적 가동연수 1만8100여 년을 기록했다. 그동안 지진이 원전에 치명적인 피해를 유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원전에서 인명 사고를 초래한 것은 43명이 사망한 체르노빌 사고 한 건뿐이다. 후쿠시마 사고에서 방사선으로 사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유엔 방사선영향 과학조사위원회, 국제 보건기구 등에서 몇 차례 확인한 결과다. 원전은 오랜 가동 이력으로 인간 생명에 큰 해가 없음을 입증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에서 방출되는 방사능은 아주 미량이라도 위험하다는 미신이 탈원전론자들 사이에 퍼져 있다. 이 미신이 원전 안전기준의 무리한 적용을 유발해 전면적인 원자로 격납용기 철판부식 수리를 진행하도록 만들었다. 이로 인해 작년 원전 이용률이 67%대로 하락했다. 한 해 동안 45%나 오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과 맞물리면서 한 해 12조원의 흑자를 냈던 한국전력이 2000억원 이상 영업적자로 전환했다.원자력을 대체해야 하는 화력 발전은 오히려 급증했다. 작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6년 대비 3600만t 이상 늘어난 배경이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억9000만t 이하로 묶어야 하는 우리나라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

탈원전론자들은 원전 수명 연장을 세월호의 선령 연장에 비유하며 백안시한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월성 1호기는 탈법적으로 조기 폐쇄됐다. 표면적 이유로 내세운 경제성 평가의 근거는 황당하다. 총전력 생산량을 산정할 때는 60%라는 낮은 이용률을 사용하고, 판매 단가를 전망할 때는 85% 이상 높은 이용률을 유지할 때만 가능한 ㎾h당 50원 선의 낮은 단가를 썼다. 2016년 산정한 원자력 발전 원가가 54원이었는데, 2020년대 단가를 이보다 낮게 전망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실수’다.

근거부터 잘못된 탈원전 정책 때문에 세계 최고의 우리나라 원전산업은 급속히 몰락하고 있다. 2017년 원전산업계 매출은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원전 설비를 공급하는 중소업체 중 86%가 경영난에 처하게 됐다. 두산중공업 직원들은 순환 휴직에 들어갔고, 무고한 이직자와 실직자가 수백 명에 이른다.

원자력은 기후변화 대처와 미세먼지 저감에 절대적으로 유효한 에너지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도 싸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원자력을 부당한 근거로 말살하는 정책은 마땅히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