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비준 강행' 논란에도…찬성론자만 불러 토론회 연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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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발상은 효율적 심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지연 전략이다.”(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ILO 협약 미비준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으로 인정된다면 한·미, 한·캐나다 FTA도 위반하는 결과가 돼 무역제재와 벌과금 부과까지 가능하다.”(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노동연구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CCMM에서 연 ‘ILO 핵심협약 비준과 입법적 쟁점’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ILO 핵심협약과 관련 국내법 개정을 동시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하지만 비준 찬반은 물론 경영계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에서 토론회 참석자는 정부 측 인사와 노동계 등 대부분 ‘찬성론자’로 구성됐다. 경영계 참석자는 한 명(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이었다.
주제발표에 나선 권오성 교수는 최근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ILO 비준 관련 심포지엄에서 나온 ‘특별위원회 구성안’에 대해 ‘비준 지연 전략’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권 교수는 “두 개 이상의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안건은 국회법 44조에 특별위원회를 꾸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특위 구성 주장은 협약 비준안 심사가 아니라 지연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ILO 협약을 비준하지 않으면 ‘무역보복’이 뒤따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승욱 교수는 “국가 간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전문가패널이 한국의 한·EU FTA 위반을 인정한다면 소정의 노동규정을 위반한 국가라는 오명을 쓰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며 “한·미, 한·캐나다 FTA도 한·EU FTA와 노동조항 기준이 같아 (무역제재가 불가능하다는) 경영계의 기대와 달리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주장했다.경영계 대표로 참석한 김영완 본부장은 ‘기울어진 토론회’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 본부장은 “토론회 참석 전 ‘비준에 찬성하는 사람만 오는 토론회에 왜 왔냐’는 얘길 들었다”며 일방적인 토론회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ILO 협약 미비준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으로 인정된다면 한·미, 한·캐나다 FTA도 위반하는 결과가 돼 무역제재와 벌과금 부과까지 가능하다.”(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노동연구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CCMM에서 연 ‘ILO 핵심협약 비준과 입법적 쟁점’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ILO 핵심협약과 관련 국내법 개정을 동시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하지만 비준 찬반은 물론 경영계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에서 토론회 참석자는 정부 측 인사와 노동계 등 대부분 ‘찬성론자’로 구성됐다. 경영계 참석자는 한 명(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이었다.
주제발표에 나선 권오성 교수는 최근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ILO 비준 관련 심포지엄에서 나온 ‘특별위원회 구성안’에 대해 ‘비준 지연 전략’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권 교수는 “두 개 이상의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안건은 국회법 44조에 특별위원회를 꾸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특위 구성 주장은 협약 비준안 심사가 아니라 지연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ILO 협약을 비준하지 않으면 ‘무역보복’이 뒤따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승욱 교수는 “국가 간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전문가패널이 한국의 한·EU FTA 위반을 인정한다면 소정의 노동규정을 위반한 국가라는 오명을 쓰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며 “한·미, 한·캐나다 FTA도 한·EU FTA와 노동조항 기준이 같아 (무역제재가 불가능하다는) 경영계의 기대와 달리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주장했다.경영계 대표로 참석한 김영완 본부장은 ‘기울어진 토론회’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 본부장은 “토론회 참석 전 ‘비준에 찬성하는 사람만 오는 토론회에 왜 왔냐’는 얘길 들었다”며 일방적인 토론회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