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퍼스트' 재천명한 트럼프…재집권 청사진은 없었다

'美이익 최우선' 강공 드라이브 지속 예고…재선시 동맹 등과 충돌 불보듯
연설 말미 단편적 정책 나열 그쳐…美언론 "새정책·화합 어젠다 제시 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 출정식에서 대표적 정책 기조인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재천명하며 재선가도에 본격적 시동을 걸었다.새로운 무역합의와 건강보험정책 재정비 등 국내외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단편적인 언급이 있기는 했지만 재집권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재선 도전 출정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라는 재선 슬로건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재확인했다.

2016년 대선 슬로건이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토대로 일자리 창출과 대외정책 등 각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자찬하면서 이러한 기조를 그대로 가져갈 계획임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이는 2017년 취임 후 2년 반이 좀 못 되는 기간에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시행했던 각종 정책이 지지자 결집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비롯해 각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국가 간의 기존 합의를 깨면서 막무가내식으로 새로운 합의를 요구하는 등 전통적 동맹 관계에 파열음이 나더라도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둔 '강공 드라이브'가 나름대로 효과를 냈다고 보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에 승리할 경우 첫 임기와 마찬가지로 동맹을 포함한 세계 각국을 상대로 미국에 노골적으로 유리한 요구를 압박하며 갈등을 이어갈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재집권을 위한 새로운 구체적 정책이나 어젠다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나 규제 완화, 경제성장 등의 성과를 자찬했지만 정치적 호소력을 확대할 새 정책이나 화합의 어젠다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 섰을 때 행사장의 청중은 지난 4년간의 똑같은 메시지를 들었다"면서 "이민과 가짜뉴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얘기 뿐이었다.그는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오래된 각본에 기댔고 불만 표출을 이어갔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이 익숙한 주제로 재선 도전을 선언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대해 "불평과 허위 주장의 반복이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설 말미에 새로운 이민 시스템과 새 무역합의, 건강보험 정책 재정비, 암을 비롯한 다수 질병에 대한 치료,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근절, 미국인 우주비행사의 화성 착륙 등의 공약을 산발적으로 내놓기는 했지만 부동층이나 소극적 지지자를 공략할 재집권 비전을 내놓지는 못했다는 것이다.이날 출정식에서 "(이번 대선이) 여러분의 가족과 여러분의 미래와 이 나라의 운명에 대한 것임을 잊지 말라"면서 "최상의 성과와 최상의 어젠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유일한 긍정적 비전으로 선거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강조했으나 선언에 그쳤을 뿐 구체적 청사진을 담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