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의 한반도는 지금] 시진핑, 김정은 '조정 레버'에 손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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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신경쓰는 나라는 두 곳이다. 미국과 중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죽음의 버튼’을 가졌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생존의 버튼’을 갖고 있다. 김정은과 그의 ‘평양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명운을 걸고 ‘G2’와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14년만에 시 주석이 방북(20~21일)을 결정했다. 김정은의 오랜 초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북한이 자신의 생존 전략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것이라는 신호탄이다.
시 주석의 방북은 미·북의 ‘핵담판’ 시기를 결정할 중요한 가늠자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숱한 북한의 도발을 ‘그럴 수도 있다’며 무마해왔다. 협상의 문은 열려 있고, 김정은만 결단 내리면 된다는 의미다. 김정은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가 꺾일 때까지 기다릴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판’을 만들어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것이냐다.북·중이 동시에 시 주석의 방북을 발표했을 때만해도 북·중 밀월에 방점을 두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시 주석이 선물로 가져갈 원유와 식량은 김정은의 ‘생존 키트’가 될 터다. 아시안타임즈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최근 들어 평양을 찾는 중국 관광객 숫자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평양 당국이 하루 관광객 수를 1000명으로 제한할 정도다. 호텔 등 관광객을 수용할 ‘인프라’만 충분하다면 평양의 중국인 관광객은 김정은의 비어가는 금고를 채워줄 마르지 않는 샘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단둥을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평양까지 가는 2박3일 여행상품 가격은 360달러 가량이다.
시 주석이 19일 노동신문에 실은 기고문은 북·중의 의도가 단지 버티기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촉진자’ 역할을 할 것임을 선언했다. 특기할 만한 대목은 이 부분이다. “우리는 조선측 및 해당측들과 함께 의사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공동으로 추동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발언에서 두 가지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 역할의 대상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대목이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는 “김정은이 3차 미·북 정상회담의 의제를 중국이 참여하는 평화체제로 옮길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김정은이 지난번 하노이 회담의 틀을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민생과 관련한 대북제재 해제에 집착함으로써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던 실패를 반복할리가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의제 설정이 필요하고, 평화협정이 유력한 대안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북한의 차기 전략이 무엇인지는 하노이 회담 실패 후 이용호 외무상을 앞세워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당시 이용호는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노이 회담 직전에도 평화협정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다. 하지만 미·북은 종전선언이라는 좀 더 하위의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수위를 낮췄다. 회담이 결렬되기 직전까지만해도 미·북은 사실상 종전선언에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시 중국은 ‘중국을 제외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만해도 김정은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었고, 역설적이게도 사회주의 혈맹인 중국보다는 미국에 ‘베팅’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관되게 대북제재를 해제할 의사가 없으며,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원샷’으로 이뤄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은 다시 순망치한의 이웃으로 관심을 돌린 듯 하다. 중국과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협상 테이블에 올림으로써 미국과 재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한반도 내 전략자산 유입 금지,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중국을 위협하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철수해야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북·중이 내세울 가능성이 높은 평화체제론은 우리 정부가 줄곧 준비해 온 한반도 비핵지대론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시진핑 방북 이후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이뤄질 것이라는데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중은 자신들의 의사를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미국에 전달하길 바랄 것이다.
박동휘 정치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시 주석의 방북은 미·북의 ‘핵담판’ 시기를 결정할 중요한 가늠자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숱한 북한의 도발을 ‘그럴 수도 있다’며 무마해왔다. 협상의 문은 열려 있고, 김정은만 결단 내리면 된다는 의미다. 김정은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가 꺾일 때까지 기다릴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판’을 만들어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것이냐다.북·중이 동시에 시 주석의 방북을 발표했을 때만해도 북·중 밀월에 방점을 두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시 주석이 선물로 가져갈 원유와 식량은 김정은의 ‘생존 키트’가 될 터다. 아시안타임즈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최근 들어 평양을 찾는 중국 관광객 숫자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평양 당국이 하루 관광객 수를 1000명으로 제한할 정도다. 호텔 등 관광객을 수용할 ‘인프라’만 충분하다면 평양의 중국인 관광객은 김정은의 비어가는 금고를 채워줄 마르지 않는 샘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단둥을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평양까지 가는 2박3일 여행상품 가격은 360달러 가량이다.
시 주석이 19일 노동신문에 실은 기고문은 북·중의 의도가 단지 버티기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촉진자’ 역할을 할 것임을 선언했다. 특기할 만한 대목은 이 부분이다. “우리는 조선측 및 해당측들과 함께 의사소통과 조율을 강화하고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공동으로 추동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발언에서 두 가지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 역할의 대상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대목이다. 정한범 국방대 교수는 “김정은이 3차 미·북 정상회담의 의제를 중국이 참여하는 평화체제로 옮길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김정은이 지난번 하노이 회담의 틀을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민생과 관련한 대북제재 해제에 집착함으로써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던 실패를 반복할리가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의제 설정이 필요하고, 평화협정이 유력한 대안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북한의 차기 전략이 무엇인지는 하노이 회담 실패 후 이용호 외무상을 앞세워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당시 이용호는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노이 회담 직전에도 평화협정에 대한 얘기가 나왔었다. 하지만 미·북은 종전선언이라는 좀 더 하위의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수위를 낮췄다. 회담이 결렬되기 직전까지만해도 미·북은 사실상 종전선언에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시 중국은 ‘중국을 제외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만해도 김정은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었고, 역설적이게도 사회주의 혈맹인 중국보다는 미국에 ‘베팅’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관되게 대북제재를 해제할 의사가 없으며,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원샷’으로 이뤄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은 다시 순망치한의 이웃으로 관심을 돌린 듯 하다. 중국과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협상 테이블에 올림으로써 미국과 재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한반도 내 전략자산 유입 금지,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중국을 위협하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철수해야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북·중이 내세울 가능성이 높은 평화체제론은 우리 정부가 줄곧 준비해 온 한반도 비핵지대론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시진핑 방북 이후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이뤄질 것이라는데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북·중은 자신들의 의사를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미국에 전달하길 바랄 것이다.
박동휘 정치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