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이 기침하면 지방은 독감…절박하게 혁신"

권영진 대구시장의 혁신론
“경기 악화로 중앙정부가 기침하는 수준이면 지방 도시는 독감에 걸립니다. 하지만 독감에 걸렸다고 중앙정부가 살길을 마냥 열어주진 않습니다. 대구가 지역기업의 스케일업과 혁신에 절박하게 투자하는 이유입니다.”

권영진 대구시장(사진)이 19일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열린 ‘대구 스케일업 콘퍼런스 2019’ 오찬행사에서 꺼낸 말이다. 권 시장은 지역기업 혁신에 투자하는 이유를 ‘절박함’이라고 표현했다. 권 시장은 “언어적 수사가 아니라 ‘진짜 절박함’이 혁신을 이끌게 했다”고 강조했다.대구의 경기 지표는 몇 년째 침체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대구지역 취업자 수는 123만 명으로 1년 새 7000명가량 줄었다. 전국 취업자 수가 25만9000명 늘어나며 회복세를 나타낸 것과 대비된다. 권 시장이 오찬 중 절박함을 수차례 입에 올린 배경이다. 그는 “대구는 언어의 수사가 아니라 정말로 절박한 마음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다만 서두르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했다.

권 시장은 혁신을 이끌려면 지역 기업과 지방 정부를 믿고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가 지역에서 육성할 산업과 육성 방식도 정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미스매치(불일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미스매치가 많아질수록 지역 경제는 어려워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래형 자동차, 로봇, 첨단의료, 물산업, 청정에너지 등 대구가 중점적으로 육성 중인 5대 신산업은 오래전부터 쌓아온 산업경쟁력에 ‘혁신’이라는 옷만 입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시장은 이날 지역 기업 혁신을 이어갈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대구는 지역 중소기업에 ‘경영안정자금’으로 7000억원을 우선 지원하고, 2022년까지 지원액을 1조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어 ‘5대 신산업’을 중점 육성하기 위해 지역혁신인재 양성정책을 통해 3000여 명을 기업맞춤형 인재로 길러낼 계획이다.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는 연구개발(R&D) 비용 지원으로 혁신을 이끌어낼 정책도 마련했다. 권 시장은 “전통·뿌리산업 구조 고도화, 전기차 기술개발 등 R&D 분야 18개 사업에 554억원을 지원하겠다”며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단도 지난해보다 1.5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 제조업에는 로봇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팩토리를 확대하는 등 대구 경제의 제2 도약을 위해 시정 역량을 총결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배태웅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