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의원직 사퇴' 말바꾼 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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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정치부 기자 alpha@hankyung.com“저는 문건 내용을 정확히 보지 못했습니다. 글씨가 작아서 못 봤어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19일 자신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내놓은 변명이다. 손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황당하다”며 방송 내내 결백을 주장했다. 전날 서울남부지검은 손 의원을 부패방지법 등의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손 의원이 2017년 목포시로부터 넘겨받은 도시재생사업 자료 등 보안문서를 통해 얻은 미공개 정보로 부동산 투자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손 의원은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전 재산을 기부하고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재판이 오래가면 그때는 이미 국회의원도 끝났을 것 같아서 좀 아쉽긴 하다. (의원직을) 던져야 하는데…”라고도 했다.
그러나 손 의원이 지난 1월에 한 발언대로라면 그는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그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며 “제가 조금이라도 언론이 하는 (부동산 투기) 이야기에 관련 있다면, 검찰 조사를 통해 그런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 자리에서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막상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자 의원직 사퇴 시점은 재판 이후로 슬그머니 미뤄졌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손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물론이고 관련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재산 기부’ 언급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손 의원 관련 인터넷 기사에는 “차명 부동산이 밝혀지면 기부하는 게 아니고 벌금을 내야 한다” “죄가 있으면 추징을 당해야 한다”는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검찰은 손 의원의 혐의가 확정되면 미공개 정보로 매입한 건물 21채를 몰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 의원이 정확히 보지 못한 것은 보안문서의 글씨가 아니라 자신의 치부 아닐까. 스스로 이야기한 대로 ‘던질’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