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필요한 인문학 연구에 써달라" 블랙스톤 회장, 2200억원 기부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쾌척'
대학 개인 기부액 '사상 최대'

‘사모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72·사진)이 “인공지능(AI)과 연결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문학 연구에 써달라”며 영국 옥스퍼드대에 1억5000만파운드(약 2200억원)를 기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옥스퍼드대는 18일(현지시간) 슈워츠먼 회장의 이 같은 기부 소식을 전하며 “르네상스 시대 이후 우리 대학에 개인이 기부한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옥스퍼드대는 슈워츠먼 회장의 기부금으로 AI 기술 연구에 문학·철학·역사학 등을 결합한 ‘인문학 허브’를 만들 계획이다. 허브명은 슈워츠먼 회장의 이름을 따서 짓기로 했다. 또 이곳에 AI에 관한 윤리적 질문을 연구하는 ‘AI윤리학연구소’도 세울 예정이다.

슈워츠먼 회장은 루이스 리처드슨 옥스퍼드대 부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기부 동기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워츠먼 회장은 BBC방송에 “AI가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워낙 새로운 종류의 기술이라 대부분 국가의 정부에선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며 “대학들이 나서서 빠르게 일어나는 변화에 맞춰 윤리적인 틀을 정립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지난해에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 “AI 연구를 지원하겠다”며 수억달러를 쾌척했다. 그의 지원 덕에 MIT는 총 10억달러를 들여 AI 단과대 ‘스티븐 슈워츠먼 컴퓨팅 칼리지’를 세울 수 있었다.

슈워츠먼 회장은 당시 “대학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앞으로 닥칠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슈워츠먼 회장의 이번 기부는 옥스퍼드대와 개인적인 학연이 없는데도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미국 예일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중국 칭화대와 자신의 모교 예일대에도 수억달러를 기부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공동 창업자로 124억달러(약 14조50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5년 설립된 블랙스톤의 운용자산은 5120억달러에 이른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