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도 무역전쟁 벌이는 美…이번엔 비자발급 제한 경고

데이터 현지화 등 비관세 장벽 쌓자 전문직 취업규제 만지작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아시아 3위 경제국인 인도에 대해서도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무역장벽 정책을 이유로 개발도상국 특혜관세 혜택을 중단한 데 이어 전문직 취업비자(H-1B) 발급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인도 측에 인도 국적자에 대한 H-1B 비자 발급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미국은 한해 약 8만5천건의 H-1B 비자를 발급하며, H-1B 비자 발급 대상자의 70%가량이 인도인인데 이를 전체 발급 건수의 10∼15% 수준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처가 현실화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산업은 규모가 1천500억 달러(약 175조원)에 이르는 인도 IT 업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타타컨설턴시서비스 등 인도 IT 서비스 업체들은 H-1B 비자를 이용해 소속 기술자와 개발자를 최대 시장인 미국 내 고객사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 왔다.

이번 경고는 미국과 인도가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갈등을 빚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작년 초 인도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겼고, 이달 초에는 무역장벽 등을 이유로 개발도상국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중단했다.

이에 인도는 이달 16일부터 아몬드, 사과, 호두 등 미국산 28개 품목의 관세를 인상하는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 정부가 H-1B 비자 발급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인도 정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검색 엔진, 소셜 미디어 등에서 나온 개인 데이터를 인도 내에서만 저장할 수 있게 하는 '데이터 현지화 정책'을 추진 중인 것과도 관련이 있다. 관련 사정에 밝은 미국 업계 소식통은 "정부가 내부 논의 중인 이 계획은 데이터 현지화를 하는 나라에 대해선 (H-1B 비자 발급 건수를) 발급 한도의 약 15%로 제한한다는 것"이라면서 여타 국가에도 유사한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 삼아 데이터를 보관하는 서버를 국내에 설치할 것을 의무화하려는 국가가 늘면서 자국 인터넷 업체 등이 피해를 보자 이에 반대해 왔다.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의 이달 인도 방문을 앞두고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비자 발급 제한 카드를 끄집어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인도 정부는 실제로 자국민에 대한 H-1B 비자 발급이 제한될 경우 어느 정도 충격이 미칠 것인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도 미국 대사관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미국 국무부는 이런 보도와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도 외에 터키에 대해서도 지난달 부로 GSP 혜택을 중단했고, 중국에도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는 등 여러 국가와 '관세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